4월의 들녘을 바라보며
4월의 들녘을 바라보며
  • 박태석
  • 승인 2014.04.1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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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 들녘은 부지깽이를 땅에 꽂아도 싹이 난다고 할 정도로 생명력이 넘쳐난다. 새싹에 희망과 경이로움을 느끼는 농부의 탄성에서부터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을 바라보는 상춘객의 탄성까지 곳곳이 감탄으로 가득 차는 계절이다.

하지만 들녘을 땀으로 가꾸어가는 농민의 마음들은 화사하지만은 않다. 최근 통상정책 변화가 농업분야에는 한파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연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FTA 체결로 세계경제 영토 62%가 우리나라 경제 영토가 되고, 한중FTA 체결시 70%가 우리나라 경제 영토가 되어 침체된 우리나라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FTA가 체결될 때마다 마치 공식인양 ‘자동차·전자업계는 웃고, 농축산업계는 울고’라는 현상이 되풀이 되고 농업의 희생을 담보하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과 생명산업인 농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농업이 희망이라는 인식을 가져보고자 한다.

지난 30여 년간 농가인구는 ’80년대 1,083만 명에서 ’12년 291만 명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특히 농가인구의 고령화율(65세 이상 비중)은 전체 가구 고령화율(11.8%)의 3배가 넘는 35.6%로 농촌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다.

농가소득 비중은 도시근로자가구소득 대비 80년대 95.9%에서 2012년 57.6%로 감소하여 도?농간 소득격차가 심화되었다. 또한 식습관의 변화로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80년 132.4kg에서 ’13년 67.2kg으로 대폭 감소하였다.

올해에는 쌀시장 관세화 유예기간이 끝나는 해이다.

우리나라는 UR 협상 결과에 따라 MMA 물량을 ’95년 5.1만 톤에서 ‘14년 40.9만 톤으로 꾸준히 증가하였고, 협상 결과에 따라 쌀 시장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변화된 대내외적인 환경이 우리 농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지만 우리는 농업에서 희망을 찾을 수밖에 없다.

농업?농촌이 유지됨으로써‘식량생산, 식량안보, 경관, 홍수조절, 전통문화보전, 생물다양성 보호’ 등의 외부경제 효과는 물론이고, 우리 국토의 약 80%를 차지하는 농촌은 농업생산을 통해 국토자원을 보존하고 국민들에게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축질병의 지속 발생과 GMO 농산물 수입 증가, 부적합 수입식품 증대로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 안전성이 확보된 우리 농산물의 공급확대는 당면한 과제이다.

특히 식량안보 차원에서 우리 농업은 매우 전략적인 산업이다.

 2000년대 이후 기상재해로 인한 생산 둔화와 바이오연료 등 곡물소비 증가로 세계 곡물재고량이 감소하여 세계적 식량위기 상황이 지속되어 세계 식량강국들은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2012)은 23.6%로, 쌀을 제외한 자급률은 3.4%에 불과한 실정으로 외부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필자의 직장에서도 농업의 6차산업화 및 ‘농촌사랑운동’과 ‘食사랑農사랑운동과 같은 도농교류활동과 더불어 농업?농촌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정책적 뒷받침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모두의 공감대 형성이 더욱 필요하다.

다산 정약용은 “농업이란 하늘(天時)과 땅(地利)과 사람(人和)이라는 3재(三才)가 어울려 농업의 道를 일군다”라는 농업관을 피력하였다.

특히 농업은 태생적으로 세 가지 불리한 점이 있는 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농업, 농촌, 농민을 살리기 위한 3농(三農)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농사란 장사보다 이익이 적으니, 정부가 각종정책을 베풀어 “수지맞는 농사(厚農)”가 되도록 해주어야 하며,

둘째는, 농업이란 원래 공업에 비하여 농사짓기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우니, 경지정리, 관개수리, 기계화를 통하여 농사를 편히 지을 수(便農)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셋째는, 일반적으로 농민의 지위가 선비보다 낮고 사회적으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함에 비추어 농민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上農)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이 필자에게는 엄중한 꾸짖음으로 들리고, 내 본분에 더욱 충실해야 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한다.

 우리 모두 다산의 3농정책을 되새겨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였으면 한다.

 박태석 <농협은행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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