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인심, 그리고 예절
맛과 인심, 그리고 예절
  • 박기영
  • 승인 2014.04.08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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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사회에서는 SOC의 확충과 공업화지수가 지역발전의 기본척도로 활용되어졌었고, 그 때문에 어떤 계층의 자치단체에서든 간에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의례 공업단지 조성문제가 지역발전의 일차적 과제로 논급되어졌었다.

헌데 ‘90년대 이후 자치시대가 전개되어지면서 ’공업단지조성‘이란 논제 대신에 관광산업의 개발과 육성문제가 지역발전의 요체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관광산업의 개발문제는 모든 자치단체의 현직 지도자나 예비(?) 지도자들 모두의 공통된 공약이자 화두가 되고 있다. 관광자원의 존재 여부나 개발 여건이야 어찌 되어있건 간에 막무가내로 말이다.

물론 관광산업의 개발과 육성문제가 여타의 지역발전 정책들에 비추어 볼 때 그 장점이 적지 않고 또 한 표가 여금한 선거 입지자들의 입맛에 딱 달라붙는 매력이 없지는 않다.

허나 원초적 측면에서 볼 때 관광산업 그 자체의 성패는 유치된 관광객의 숫자로 측정되어짐을 감안한다면 인간의 내면적 동기와 성향의 확인을 전제하는 관광산업의 개발은 기술적 관리로 진행되어지는 공업단지조성과는 비교될 수 없는 복잡성과 다난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관광정책이란 우리 전라북도 혹은 이곳 전주를 한번 ‘보기 위해’(1차-경관관광) 찾아왔던 관광객들이 이 후 ‘즐기기 위해’(2차-위락관광) 다시 찾아오고, 그 다음에는 ‘쉬기 위해’(3차-휴식관광) 또 다시 찾아오며, 그런 연후엔 ‘그냥 전주가 좋아서’(느낌관광) 찾아오도록 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속성 때문에 관광개발은 기본적으로 ①‘볼거리(경관)’, ②‘먹거리(음식)’, ③‘놀거리(위락)’, ④‘잘거리(숙소) , ⑤‘쉴거리(휴양)’, ⑥‘살거리(물건)’가 잘(?) 정비되어 있어야 하고 이에 더하여 ⑦‘느낄 거리(사색)’가 첨가되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각에서 본 전주권역에서 진행되어 왔던 관광산업의 운용실태는 어떠한가? 그간 전주시는 볼거리 창출에 매진했고 먹걸이산업의 특화에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야속하게도 그것들이 한번 찾아왔던 관광객들이 다시금 전주를 다시 찾게 하는 계기를 만들지는 못한 것 같다.

특히 먹걸이 산업의 관리에 있어서는 당국의 의도와 업체의 행태가 상합하지를 못한 것만 같다. 그 동안 전주시는 전주의 특장 음식인 한정식과 비빔밥 전문업소에 ‘모범음식점’이란 옥호를 부여하면서 전통의 유지와 가격의 대중화를 기대하였지만, 전주를 방문했던 외지인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글쎄요’다. 그들의 설명인즉 맛과 가격은 물론 인심과 예절도 기대했던 바, 전주사람들 답지를 않았단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 대신에 그들이 전주에서 접한 모범음식점 보다도 더욱 모범적이고 전주적이며, 또 그 때문에 다시금 찾고 싶은 곳으로 최근 신시가지에 재현된 ‘막걸리촌’과 동문사거리 인근의 ‘왱O콩나물국밥집’, 그리고 구 도청 부근의 한정식집인 ‘한O식당’과 전북대 구정문 앞의 ‘땡땡O김밥집’등을 열거하였다. 더불어 그들은 이들 음식점들이 모범적이고 또 지극히 전주다운 이유인 즉, 이들 음식점들은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단돈 몇천원으로 배를 불려도 원가를 셈하지 않는 그 옛날의 전주인심이 배어 있고, 또한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다고는 하나 전주 양반으로서의 예절과 품위를 굳건히 지키면서 행여 여가라도 생겨나면 시를 쓰고 수묵화를 그려내며 살아가고 있는 주인장들의 고고한 자태 때문이라고 하였다.

물론 관련 업소들이 자선단체나 복지기관이 아닌 이상 모두가 음식과 물건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라고 할 수는 없다. 또 모든 업소의 주인들에게 예술활동을 취미로 삼으라고 강요할 수는 더 더욱 없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이나 제조업에만 한정된 것이 아닐진대, 지방정부의 관광진흥정책 수행에 관련되어진 유관 단체와 업체들 모두는 항상 그들의 태도와 행동들이 행여 그들의 책무를 이탈하거나 혹은 정부가 의도하였던 정책목표에 역행하지 않는지를 항상 살펴보는 지혜와 습성을 가져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박기영<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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