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의 귀환
동네 빵집의 귀환
  • 김성주
  • 승인 2014.04.07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갓 구워낸 빵 냄새를 맡아보신 적이 있나요? 가을 낙엽을 태우는 냄새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상가에는 빵집이 있다. 새벽 일찍 나설 때 구수한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갈수록 빵 굽는 냄새를 맡기 어려워졌다. 길 건너 대기업 빵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빵과 세련된 인테리어, 널찍한 공간을 가진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오면서 동네빵집들은 하나 둘 간판을 바꿔달았다.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제과점은 옛날에는 교복 입은 남녀학생들의 만남 장소로 인기가 높기도 했다.

 전주시에는 111개의 제과점이 있는데 이 중 프랜차이즈가 51곳이고 개인 운영 빵집은 60곳이다. 밀려오는 대기업 빵집에 의해 하나 둘 사라져가는 동네빵집을 살리는 방안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 아래 지난 4일 제과협회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동네빵집의 귀환’ 사업 설명회를 전주에서 열었다.

 우리는 지역특산물인 흰찰쌀보리로 보리·만쥬를 만들어 파는 군산과 대구 맛빵 사례에 주목한다. 군산의 제과점 21곳은 ‘보리진포’란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100% 우리 농산물, 화학 첨가제를 넣지 않은 유산균 빵, 정직한 재료, 즉시 판매 원칙, 손으로 만든 빵을 약속하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대구 서구청은 지자체가 나서서 심사를 통해 6곳을 선정해 ‘맛있는 빵집’ 공동브랜드를 부여하고 대구 맛빵을 관광상품화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은 큰 기업이 빵집 같은 작은 업종에 진출하지 않는다. 유독 한국의 대기업들만 열심히 살아가는 자영업자들을 약육강식 정글경제로 몰아넣어 몰락시키고 있다. 동네빵집이 살아가려면 결국 공룡의 진출에 맞서 힘을 모아야 한다. 먼저 협동이 필요하다. 각기 흩어져 홀로서기보다 지혜와 힘을 모아 공동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지역의 산물을 이용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공동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새 제품은 차별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재료로부터 온다. 우리 밀과 달걀,?채소 등 지역에서 길러낸 재료가 최고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지역, 신선, 신뢰, 독특한 맛이 성공의 기반이 될 것이다. 동네빵집이 활성화되면 지역 농산물 소비가 촉진되고 농민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지역순환경제가 꽃 필 것이다.

 덴마크 미래학자 랄프 얀센은 그의 책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물건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물건이 팔리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사람들은 매장에서 누가 생산한 지도 모르는 물건 대신 아무개 농장에서 생산한 신선한 달걀을 원할 것이라는 뜻이다. 로컬푸드의 유행을 예측한 대로 완주군 ‘마더쿠키’처럼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빵이 로컬푸드매장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발달한 세계 1위 행복국가 덴마크 중흥의 아버지 그룬투비는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이 적고, 충분히 가지지 못한 사람이 더 적을 때, 우리 사회는 더 풍요로워진다.”고 했다.

 ㅍ제과 파이가 한옥마을의 대표적 먹거리 상품이 됐듯이 동네빵집들의 공동브랜드 제품이 나오길 고대한다. 우리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규제완화 방식이 아니라 지역생산자와 소비자들이 협력해 지역순환경제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통해 이뤄낼 것이다. 가장 낙후된 전북에서 순환경제가 꽃피우길 기대한다. 행복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데서 출발한다.

 김성주<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