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의 자살, 잘못된 제도 그리고 정치인
세모녀의 자살, 잘못된 제도 그리고 정치인
  • 송재복
  • 승인 2014.04.03 18: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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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 모녀 자살사건이 있었다. 그 자살 사연에 관심이 있었던 분들은 격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엄마와 딸들이 자살하기로 결심하기 전에 나눈 대화를 생각하고 어찌 마음속 깊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랴. 엄마가 사랑하는 딸을 같이 죽자고 할 때의 찢어지는 가슴과 엄마를 돌보지 못하고 같이 죽게 하는 딸의 심정을 생각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다. 그것은 세 모녀만의 비극이라기보다 우리사회에서 아직도 그러한 사람이 있는가에 더욱 가슴 아픈 사연이다. 이렇게 된 데는 무엇이 문제인가. 사람에게 잘못이 있는가, 제도의 문제인가, 아니면 제도를 만드는 정치인의 책임인가. 무릇 사회에서 우리가 당면하는 애완의 사연은 무수히 많으나 특히 그것이 살아갈 수 없어 자살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누가의 책임이고 누가 해결해야 하나.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는 딸과 신용불량자로 돈벌이를 못하는 딸, 그래서 할 수 없이 식당일이라도 해야 하는 60대 어머니의 삶을 누가 책임져야 하나.

 

 나쁜 제도, 좋은 제도

 

 세 모녀가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국가가 무엇을 했느냐 이다. 또 복지공약이니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 떠들썩하게 했던 정치인들은 어디 갔고, 돈 많은 부자들은 무엇을 했는가의 사회적 비판만이 남게 된다. 특히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고 떠들던 정치인은 과연 무엇을 하였고 심지어 이들이 저들의 고통이나 아픔을 생각할까 하는 정도다. 물론 우리나라도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기초생활수급제도가 있다. 그러나 관련된 제도가 있되 세 모녀와 같이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이 혜택을 받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에 대해 제도가 가진 속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책임회피적 변명도 있을 수 있다. 제도는 그것이 가진 속성상 과거의 경로를 그대로 지속하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상황에 쉽게 적응할 수 없어서 국가나 정치인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제도형성 과정에서 상호 다른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타협과 합의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절차적 합리성 때문이라는 변명도 가능하다.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비성실성과 경직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책임회피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도가 가진 이러한 맹점을 고려하여 본래부터 좋은 제도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혜자의 입장, 가능한 환경변화, 또 가외적인 안전장치 설치 등등의 요소를 고려했는가이다. 또 제도창출의 주체가 정치인이라면 과연 그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취약계층을 생각하고 이들의 삶의 조건을 고려하여 좋은 제도를 만들었는가이다. 우리의 기초생활수급자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 보험금을 타려는 아버지가 아들의 손가락 자르기 사건에서 이슈화가 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제도창출자의 문제인식과 태도가 얼마나 비역동적인가를 알 수 있다. 현재 운영되는 기초생활수급자 제도도 서비스 대상을 재산이나 소득, 그리고 부양할 가족을 기준으로 하여 세 모녀와 같은 사람이 원초적으로 배제되는 문제가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아들의 취업을 막는 가정이 있다는 것도 역시 이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정치인의 역할 충실해야

 

 박근혜 정부는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실현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공약이 잘 지켜지지 못하여 비판을 받지만 우선 할 일은 기존 제도가 가진 제도적인 맹점을 찾는 것이라 본다. 떠들썩한 국민 환심용 복지공약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복지부터 실현해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복지제도가 가진 서비스 전달체계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개선해야 할 것이 어떤 점인지 지속적인 관심과 문제 해결을 위한 보완적인 일부터 해 나가야 한다. 정치인들은 복지를 떠들고 표를 얻고 있지만 잘못된 제도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고통당하는 사람이 오늘도 생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에 그들을 위해 좋은 제도를 만드는 일에 충실해야 하고 같은 가슴으로 그들의 고통을 함께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주민의 대표자요 일꾼이 되는 것이다.

송재복<호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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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건 2014-04-04 09:32:39
완벽해. 정치하시면 세모녀사건 끄읕. 결혼해서 지식키우고 부모 봉양살 나이에 10년넘게 집에만 있으면서 비만형 당뇨에. 수입도 없으면서 쓴 카드빚. 소주. 담배. 라면. 중국음식. 해장국.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요? 국가가 무슨 돈으로 이들까지 먹여살리나? 글 한건 쓰려고 죽은이들 더 이상 욕먹이지 말고 그만 팔아 먹으시오. 지하에서 피눈물 흘리오.
세모녀 2014-04-04 09:21:21
이제 그만 우려먹고 제발 우릴 그만 놔 주시오. 우리는 당신들이 말하는 복지와 관계없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