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가 팔려갈 때 우리는
심청이가 팔려갈 때 우리는
  • 서정숙
  • 승인 2014.04.01 17: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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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동안 심청전의 심청을 효심이 가득한 효녀로만 생각했는데, 최근 정규재TV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의 탁월한 통찰력에 감탄하여 여기서 역사적으로 자기를 희생하여 효를 이루고자 했던 심청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심청은 앞이 보이지 않는 몰락한 양반인 가난한 심학규의 딸로 태어나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가 젖을 동냥하여 먹이면서 지극한 보살핌으로 자랐다. 남의 집 일하러 간 청이를 기다리던 심 봉사가 청이를 마중가다 구렁에 빠졌고, 지나가던 화주승이 그를 구해주고 공양미 3백석을 시주하면 장래에 영화를 보리라는 말에 앞뒤 생각 없이 그만 시주를 약속했다.

속병을 앓는 아버지의 사정을 들은 청이는 마침 티 없는 처녀를 사서 인당수에 산 사람을 제물로 제사지내려는 사람들에게 자기 몸을 팔았고 투신했다. 청이의 효성에 감동한 용왕은 청이를 연꽃에 태워 다시 인당수로 보냈고, 연꽃에서 나온 청이는 왕과 혼인하여 왕비가 되었다. 왕비가 된 청이는 고향을 떠나 떠도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맹인 잔치를 열었다.

한편, 심학규는 맹인 잔치에 참석하러 가는 동안 같이 가던 뺑덕어미마저 달아나 밥을 구걸하며 비렁뱅이 짓을 하고, 방아를 찧어주면서 음담패설을 하는 등 양반의 체신을 지키지 못했다. 우여곡절을 겪고 간신히 마지막 날 맹인 잔치에 온 아버지 심학규는 딸을 만난 반가움과 놀라움에 그만 눈이 번쩍 뜨였다.

 심청이는 자기 몸을 팔아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고자 하는 자기희생으로 효를 실천하는 ‘살신성효(殺身成孝)’를, 반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책임한 심학규는 팔려가는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배의 순항을 위해 심청이를 3백석에 제물로 사간 배꾼들만을 탓했다.

 정규재TV에서 일제강점기의 위안부를 심청이로 비유한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과연 심청이가 팔려갈 때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통절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그동안 심청이를 제물로 사간 배꾼에 대해 원망만 했다는 반성을 했다.

 우리 역사에서 심청이의 살신성효(殺身成孝)는 일제강점기의 위안부와 50년 전 독일로 돈 벌러 떠난 간호사와 광부들이 생각났고, 두 시대의 사회상을 비교해 봤다.

 조선 말 우리사회는 선진열국에 문호를 개방하느냐 쇄국정책을 고수하느냐를 놓고 정치적 혼란과 분열이 끊임없이 지속하였고, 국내 정치의 혼란과 파벌을 틈타 주변의 강대국들이 호시탐탐 침략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무능한 양반들은 대의명분과 체면을 앞세울 뿐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큰 소리로 싸움과 파벌을 일삼았고, 주자학을 앞세워 양반끼리 논쟁하며 양민을 억압하고 수탈하여 동학혁명이 일어났으며, 국모가 일본에 의해 시해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종국엔 오랜 기간 일제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세계제패를 꿈꾸던 일본은 인당수에 빠트릴 제물로 심청들이 필요했고, 힘없는 나라의 심청들은 먹고살기 위해,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인신매매에 의해, 또는 지나가다 무작위 체포로 풀잎처럼 스러져 갔으나, 그들의 희생은 심학규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성효(成孝)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것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심학규와 그가 살았던 조선시대의 파벌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이권다툼에 눈이 어둔 지배세력의 무책임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 등 총체적인 문제들이 어우러져 심청이를 인당수에 빠지게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총체적 문제점들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다시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공감에 앞서 심청이를 제물로 사간 배꾼들에 대한 증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또 다른 역사 속의 심청은 1963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불과 80달러에 불과하였던 돈 없고 서럽던 50년 전에 서독에 간 광부,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이다. 열악한 환경의 개인과 가정, 국가의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했고 그 희생은 집안을 일구었고 나라를 부강하게 한 종자돈을 벌어 성효(成孝)로 빛을 발하였다.

 일제 강점기 심청과 50년 전의 심청의 차이점은 이조 말엽 일제 강점기에는 왕이 있었으나 지도자는 없었고 심청들만 있었기에 그들의 몸을 던진 살신(殺身)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반면 50년 전에는 ‘잘 살아보자’는 국민들의 공감을 하나로 엮어 낸 훌륭한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와 잘 살려고 허리띠를 조인 국민들을 등에 업은 심청들이 같이 어울러졌기에 그들의 피와 땀의 희생으로 송금한 돈이 우리나라 근대화의 종자돈이 되어 빛을 발했다.

 심청이가 배꾼에게 자기 몸을 팔아 아버지의 살길을 마련해주려고 했을 때 과연 우리가 어떻게 하는 것이 심청의 자기희생이 빛으로 발하는 것인지 깊게 생각하고 행동할 일이다. 국가적 분란과 혼란 그리고 우리의 무능함이 더해지지 않았는지 통절한 반성과 다시는 힘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자기성찰 그리고 탄탄한 잘 사는 나라의 국민만이 예의 없는 다른 나라 국민의 귀감이 되는 여유로움이 있을 것 같다.

 짖는 개는 두려워서 짖는다고 한다. 두려움이 없는 개는 가만히 응시하며 결정적인 순간을 노린다고 한다. 작금의 우리 주위의 상황들을 여유를 갖고 둘러보면서 내가 짖는 개는 아닌지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자주 짖어대는 이웃들을 정신 바짝 차리고 응시하자. 다시는 우리의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무관심으로 희생되는 심청이가 없도록 둘러보자.

 서정숙<전주기전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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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2014-04-28 00: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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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 2014-04-16 18: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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