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문화로 이어지는 국가불균형
정치-경제-문화로 이어지는 국가불균형
  • 김윤덕
  • 승인 2014.03.27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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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1.29 국가균형발전’을 선언한 지 꼭 10년이 지났다. 당시 참여정부는 명실상부한 지방화와 균형발전 시대를 선포하고, 이를 위해 균형발전 3대 특별법을 공포했다. 또 혁신주도형 발전전략을 통해 전국을 지역특성에 맞춘 성장거점으로 만들자는 ‘신국토 구상’을 발표했다. 참여정부가 국정기조로 삼은 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국가전략이자,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자 핵심사업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지역 불균형 해소 및 국민통합은 구호로만 그치고 있을 뿐, 국가 핵심 정책에서 겉돌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흔들고 박근혜 정부가 외면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민선 6기 지방정부 출범을 앞두고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서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균형발전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그동안 무책임하게 집중되고 편중되어 불균형으로 이어진 현실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 없고 너무도 당당하다.

 며칠 전 영남에 본사를 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수도권 3곳과 영남 호남 강원 지역본부 설치’를 골자로 한 불평등한 조직개편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 26일 도내 국회의원들은 한자리에 모여 문제의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는데, LH 정인억 부사장이 이 자리에 배석해 “내년 12월 진주로 본사 이전시 지역조직과 본부조직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의논 차원에서 능률협회가 진행한 용역안으로, 서울, 경기, 인천, 강원, 호남, 영남 등 6개 광역본부로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전북 지역 의원님들께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 하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전북 정치권은 “서울, 경기, 인천에 각각 하나의 지역본부를 두겠다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더구나 진주로 본사가 이전되면 영남엔 실질적으로 두 개의 지역본부가 생기는 것인데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개편안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결국, 정 부사장은 “현재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의원님들 우려를 잘 고려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석 의원들의 질타는 멈추지 않았다. 도내 의원들은 “조직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대도시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는 얘기 아니냐?”며 “조직구성원의 의견을 듣는 것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재 논의 중인 LH지역개편안은 지역균형발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정 부사장은 “신중히 결정하겠다. 진행사항에 따라 4월 말이나 5월 초쯤 다시 한 번 보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번 사건은 국가균형발전 선언 10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편의주의에 사로잡힌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자화상이다.

 LH 조직개편과 관련해 전북정치권의 항의가 있던 날 오후엔, 국회에서 ‘천년고도 전주의 문화유산’에 정책토론회도 마련됐다. 필자가 국립전주박물관, 전주시와 공동으로 ‘후백제 유적의 활용과 정비 방안’에 대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다. 전주시가 올해 초 후백제 역사문화 복원을 위해 전주박물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개최된 첫 공동 학술세미나로, 전주시와 국가기관, 국회의원이 손을 맞잡고 후백제 역사문화 유적에 대한 학술적 재조명과 정비를 본격 추진한다는데 의미를 둔 행사였다.

 전주가 ‘천년고도’라고 불리게 된 것은 견훤이 900년 전주를 후백제 수도로 삼은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견훤이 역사의 승자가 되지 못함으로써 후백제의 역사는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왜곡되고, 왕도였던 전주의 역사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말았다.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의 미진함 만큼이나, 다른 지역의 고도에 대한 연구와 지원에 비해 후백제에 대한 지원 정비 역시 부족한 현실이다. 정치적 불균형이 경제로 이어지고 문화로 이어진 것이다.

 6.4 지방선거가 성큼 다가왔다.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위한 예비후보들의 아침 출근길 인사와 함께 대형현수막도 눈에 띈다.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이다.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고민이다.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은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다.

 균형발전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대한민국 헌법(제122조)에 명쾌하게 제시되어 있다. 또 이를 근거로,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과 지역 간의 연계 및 협력 증진을 통하여 지역경쟁력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함으로써,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려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되었다. 헌법에 있고, 특별법까지 마련됐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국가 불균형이다. 10년 전 균형발전 선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정치 경제 문화의 균형발전을 위한 현실적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촉구해본다.

 김윤덕<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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