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산의 한국사이야기] 민족 과학기술의 뿌리- 고분
[권익산의 한국사이야기] 민족 과학기술의 뿌리- 고분
  • 소인섭 기자
  • 승인 2014.03.27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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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는 수많은 고분이 만들어진 고분의 시대이다. 고분에는 부장품이라 불리는 많은 유물이 함께 묻혀 있어 그 시대 사람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에 대해 알 수도 있고, 고구려나 백제의 경우처럼 벽화가 있어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추정해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고분은 삼국시대의 보물창고라고 불리운다.

  고분의 이름은 어떤 것은 ‘릉’이라하고 어떤 것은 ‘총’이라고 한다. 무덤의 주인공이 왕이나 왕에 버금가는 지위에 있었고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비교적 정확히 아는 경우에는 ‘릉’이라고 하는데 백제의 무령왕릉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반면 무덤의 주인공이 왕으로 추정되지만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총’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고구려의 장군총이나 신라의 천마총이 그런 경우이다.

삼국시대 고분 중에 릉은 몇 개 안되고 대부분은 총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삼국시대 왕의 무덤 가운데 이것이 누구의 무덤이다라고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백제의 무령왕릉이 거의 유일하다. 무령왕릉에서는 발굴 당시 무덤의 주인공이 ‘영동대장군 백제 사마왕’이라는 글이 적힌 돌판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삼국사기와 일본, 중국의 역사책에 백제의 무령왕이 영동대장군의 작위를 받았으며, 이름이 사마라는 기록과 일치하여 고분의 주인공이 무령왕이라는 것을 확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분을 통해서 우리는 화려한 문화재뿐만 아니라 삼국시대인들의 과학 기술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고분은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고대인들이 알고 있던 많은 과학 기술이 적용되었다. 내부에 돌방을 만들고 거대한 봉토를 쌓아 올리기 위해서는 거리 측량, 면적과 부피의 계산, 힘과 중력의 계산, 경사도 계산 등 당시 사람들의 토목공학과 기하학적 지식이 총동원되었다.

  먼저 고분을 만들 자리에는 돌달고나 나무달고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바닥을 다지는 작업이 하고 그 위에 흙을 쌓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흙을 붓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삼국시대인들은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흙둑을 설치하기도 하고, 전체 봉분을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작업하는 구획 성토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서로 성질이 다른 흙을 번갈아 쌓음으로써 흙 층 간의 밀착도를 높이고 봉분에 스며든 물이 잘 빠져나가도록 하는 교호성토라는 기술도 사용하였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많은 우리 자연환경에는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무덤 바닥 가장자리에 호석이라는 돌을 둘러 봉분의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기술도 사용하였다.

  경주의 대릉원이나 나주에 있는 우리나라의 커다란 봉분은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주기보다는 어머니 품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봉분의 각도가 25°~30°를 유지하기 때문인데 이 각도는 흙을 쌓아올렸을 때 쌓이는 흙이 흘러내리지 않고 저절로 이루는 각이기도 하다. 이것을 안식각이라고 하는데 무너지려는 중력보다 잡아주는 마찰력이 커지는 각도로 봉분을 만들었던 것이다.

  고구려와 백제 무덤의 특징은 내부에 돌방을 만들고 그 안에 관을 두는 굴식 돌방 무덤에 있다. 돌방은 돌로 벽을 쌓고 천장에 돌을 올려 마감을 해야 하는데 천장에 넓은 돌을 사용할 경우 위에서 누르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깨질 확률이 높다. 따라서 천장에 놓을 덮개돌은 작을수록 좋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고구려인이 고안해 낸 방법이 사각형의 네 귀퉁이를 다시 사각형의 돌로 덮어가며 천장을 줄이는 모줄임 양식이다. 그리고 벽과 천장을 장식하기 위해 벽화를 그려 넣었던 것이다.

  피리미드를 세운 이집트 문명이나 마추픽추를 세운 잉카문명처럼 한 때 위대한 건축을 남긴 민족은 많지만 우리민족처럼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꾸준히 과학 기술을 활용하고 발전시킨 민족은 많지 않다. 따뜻한 봄날 고분을 찾아가 과학 강국을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 과학 기술의 뿌리에 대해 공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원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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