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아름다운 동행
  • 정대표
  • 승인 2014.03.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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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 사회는 갑을 관계의 문제로 떠들썩했다. 대기업 임원이 라면 때문에 비행기 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한 라면 사건, 모 기업체 회장이 탑승을 말리는 항공사 직원에게 신문지를 던진 신문지 폭행 사건, 대리점에 과도한 밀어내기를 강요했던 본사 담당자의 막말 사건이 대표적이다.

갑으로 상징되는 집단에 속한 개인의 행동이 일파만파로 퍼져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라면으로 물의를 일으킨 임원은 사표를 냈고, 신문지를 던진 회장이 속한 업체는 이미지가 실추됐으며, 밀어내기를 강요했던 기업은 매출이 추락했다. 당사자는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멀리 가려면 밀림과 사막을 지나고 맹수를 피해야 하는데, 길동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속담이 상징하는 ‘상생(相生)’은 글로벌 경쟁 사회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이 곱씹어 봐야 할 화두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나의 상품이 소비자에게 기억되고 선택 받는 소비 시장은 총칼 없는 전쟁터에 비유되어 왔지만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공유가치창출(CSV) 등에 대한 관심이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상생의 지혜가 매우 중요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업자와 소비자는 지구촌에서 생태계를 유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동행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식품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중소업체에 전수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되었다. 지난 3월 19일 전북 도청에서 한국소비자원이 평가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는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받은 대기업(멘토)이 도내 중소기업(멘티)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대기업·중소기업 멘토링 협약을 체결하고 상생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소비자중심경영 확산 의지가 강한 식품 분야 멘토 기업(농심·매일유업·풀무원식품·하림·한국야쿠르트)이 전북 도내 멘티 기업(신화·다산푸드시스템·참프레·단풍미인한우영농조합법인·두메산골영농조합법인)에 1:1 멘토링으로 노하우를 전수한다.

대기업은 재능을 기부하고, 중소기업은 성장의 희망사다리를 구축하는 동반성장의 문화가 발아해 정착된다면 창조경제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 멘토링 협약은 공개·공유·소통·협력의 정부 운영 패러다임인 ‘정부 3.0’ 실행에 부응한 한국소비자원 사업 중 하나다. 한국소비자원도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와 업무 노하우를 제공하여 전북 지역 중소기업의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확산하고 기업 간 멘토링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소비자중심경영은 상품 기획에서 생산, 홍보까지 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하고 관련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지를 평가하여 인증하는 제도이다. CCM 마크 상품을 소비자가 선택하면, 인증기업은 소비자권익과 후생을 높이는 것으로 보답하고 소비자는 CCM 마크 상품을 재구입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협약식을 마치고 어린이 놀이터를 지나다 시소를 타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 대기업·중소기업 간 멘토링 사업이 활짝 꽃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업자와 소비자는 이익을 두고 서로 다투는 제로섬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참여자가 모두 즐거운 시소게임의 패러다임으로 발상을 전환하면 함께 사는 상생의 해법이 풀린다. 대기업이 습득한 경영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아낌없이 나눠주는 아름다운 동행 사례가 방방곡곡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정대표<한국소비자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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