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아픔 뒤에 오는 것들…
기억의 아픔 뒤에 오는 것들…
  • 이갑헌
  • 승인 2014.03.2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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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3월26일은 어떤 날이었는가? 아마도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서해안을 지키던 우리 해군 천안함이 백령도 해상에서 북한군의 기습적인 어뢰공격으로 피격된 날이다. 나라를 지키던 꽃다운 청년 46명이 전사한 날이며,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던 날이다. 그래서 북한의 도발을 오래 오래 기억해 두자고 다짐했던 날이기도 하다. 그런 악몽같은 날이 기억에서 사라져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북한은 천안함 폭침 도발 후 불과 8개월여 만인 2010년 11월23일에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켜 해병대원 19명과 민간인 12명의 사상자를 냈기에 기억에서 지을 수 없는 날이다.

 인간에게는 다행히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져 있다. 그러므로 과거의 사건을 통해 깨달은 교훈을 거울삼아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도 지킬 수가 있는 것이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않는 것은 망각이며, 망각은 곧 위기이다. 패망의 지름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을 다시 생각하면서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지금 우리는 전쟁을 잠시 멈춘 휴전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평화의 시기인가? 위기의 시기인가? 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나라에 전쟁이 없으면 모두가 평화의 시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폭격과 포성, 인명 살상의 전쟁이 잠시 멈추고 있는 휴전상태는 평화의 시기인가 위기의 시기인가? 우리는 세계 유일의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서로가 총부리를 겨누고 대치하고 있는 휴전상태에 있는 것이다. 휴전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위기의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간 우리는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한 민족으로 동반성장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여전히 짝사랑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된 지역이다.

 둘째 북한은 발등 찍는 도끼와 같이 믿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은 북한의 대남 도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북한은 예고 없이, 시도 때도 없이 깡패 짓을 해 왔었다. 6.25 남침 전쟁을 비롯해서 1.21 청와대 기습폭파 기도사건,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아웅산 폭파사건, 남침용 땅굴 파기 등 쉴 새 없이 자행해 왔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한다는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햇볕정책을 펴고 있던 시기인 1999년 6월15일과 2002년6월29일에 북한은 제1, 제2의 연평해전을 각각 일으켰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이런 형국을 두고 만들어진 것 같다. 북한은 진정한 남북 평화와 번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적화야욕에 불타는 집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국민통합과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국가안보 의식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비무환은 군사력만을 키우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많은 병력과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적 각성이 없다면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다.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길은 물질적인 측면과 정신적인 측면에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물질적인 측면에서는 국가경제발전의 기틀을 튼튼히 쌓아가는 것이며,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우리가 지켜 가야할 ‘자유민주체제’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국가안보가 위태로우면 나의 자유와 평화도 도둑맞게 된다.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길이며, 국민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맡겨진 책무를 다하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길일 것이다.

 넷째 대북한 정보전을 강화해야 한다. 고대중국의 군사전략가인 손자는 ‘적대한 두 나라가 몇 년 동안을 서로 버티며 준비한 것은 오로지 하루아침의 승리를 얻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벼슬과 금전이 아까워서 첩자를 쓰지 않고, 이 때문에 적의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전쟁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이는 너무나 어리석은 처사이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어서 ‘적의 정황은 귀신의 도움을 받거나, 장수의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보고 추측할 것도 아니며, 더욱이 별자리를 보고 점을 쳐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적의 정황은 오직 그 정황을 아는 첩자를 통해서만이 얻어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개방된 사회라서 모든 정보가 북한에 들어갈 수가 있다. 반면에 북한은 폐쇄적이기 때문에 북한내부 정보를 얻기가 그만큼 어렵다. 북한이 2.0의 눈을 가기고 있다면, 우리는 눈먼 장님 격이다. 우리는 2.0의 눈을 휴민트(HUMINT)들이 대신해 주도록 해야 한다. ‘신비하여 불가사의한 실마리’를 풀어주는 것이 곧 휴민트다.

 북한에 의해 자행된 천안함 폭침사건은 우리이게 많은 교훈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그 귀한 교훈도 잊어버리거나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최근에도 북한이 이산가족의 정례적인 상봉 제안은 외면하고, 동해로 미사일을 쏘아대는 것을 보면서 제2의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사건 같은 파괴, 살상의 도발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분단국가의 불완전한 평화와 아픔을 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라사랑을 다짐할 때 한시적이나마 평화와 복지를 누릴 수가 있을 것이다.

이갑헌<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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