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83>“왜 이러세요, 서방님.”
평설 금병매 <183>“왜 이러세요, 서방님.”
  • <최정주 글>
  • 승인 2014.03.20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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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송, 돌아오다 <7>

 경황 중에 돈이 없어 땅을 마련하지 못했고, 그래서 산소도 못 쓰고 화장을 시켰습니다만, 위패라도 번듯한 곳에 모셔놓고 저 혼자서라도 기일이 되면 재를 올릴 것입니다.”

 반금련의 말에 무송이 감동하는 낯빛으로 한참을 바라보다가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
 
 “고맙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한때나마 제가 형수님을 오해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왜 이러세요, 서방님.” 반금련이 어쩔 줄 모르고 얼굴을 붉혔다.

 왕노파의 도움으로 제물을 준비하여 제상에 올리고 왕대초 두 자루를 켰을 때 미리 약속해 놓은 스님 둘이 와서 경을 읽는 걸로 제사가 시작되었다. 무송이 술을 갈아올리고 절을 하는 동안 반금련은 뒤에 서서 눈물을 찍어 내며 훌쩍훌쩍 울었다.

 “영단은 제가 지킬 것이니, 형수님은 그만 돌아가 보십시오. 너그러운 서문나리라도 형수님이 외박을 하시면 섭섭해할 것입니다.” 제사가 끝났을 때 무송이 말했다.

 “아니예요. 그 분이 내일 아침까지는 있어도 된다고 허락을 하셨습니다. 서방님이야말로 먼 길에 피로하실 거예요. 영단은 제가 지킬 것이니 한숨 주무세요.”
 
 “아닙니다. 형수님은 돌아가세요. 제가 형님과 단둘이 있고 싶어 그럽니다. 형님도 형수님의 고마우신 뜻은 충분히 아셨을 것입니다.”

 무송이 고집을 피웠다. 잠시 생각하던 반금련이 말했다.

 “형님과 단둘이 있고 싶다는데, 제가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지요. 서문나리도 서방님을 뵙고싶어 한답니다. 저 때문에 두 분이 서먹한 사이가 되어서는 안 되지요. 언제 만나 술이라도 한 잔 하세요.”

 “그럴께요, 형수님. 잘 사세요.”
 “도련님두요. 꼭 좋은 여자 만나 장가드세요.”

 반금련이 타고 왔던 가마를 타고 돌아간 다음이었다. 무송이 영단 앞에 앉아 혼자 넉두리를 늘어놓다가, 흑흑흑 울다가, 저절로 감기는 눈에 어쩔 수 없이 깜박 졸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무대의 위패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촛불이 파르르 떨면서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싸고 돌았다.

 ‘형님, 지금 여기에 와 계신 것입니까? 이 동생을 보고계시는 것입니까?’
 무송이 중얼거리는데, 파르르 떨던 촛불이 기어코 꺼져버렸다.

 ‘바람기도 없는데 왜 촛불이 꺼지지?’
 무송이 중얼거리며 다시 불을 켜려할 때였다. 하늘에선 듯 땅에선 듯 무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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