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산의 한국사이야기] 7세기 동아시아전쟁
[권익산의 한국사이야기] 7세기 동아시아전쟁
  • 소인섭 기자
  • 승인 2014.03.13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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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역사 공부를 재미있고 쉽게 하는 방법으로 너무 세세한 것을 외우려 하지 말고 흐름을 파악하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대다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당장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도 어렵고 다달이 치르는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넓은 시야로 흐름을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한국사는 영원히 어려운 과목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은 우리가 삼국통일이라고 배웠던 백제와 고구려의 멸망 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보면서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6세기까지의 동아시아는 분열의 시대였다. 중국은 남조와 북조로 분열되어 있었고, 우리민족은 고구려, 백제, 신라로 분열되어 있었다. 삼국은 이러한 분열 상태에 맞는 외교 정책을 통해 각자의 발전을 도모하였다. 백제는 문화적으로 발전한 남조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화려한 문화를 꽃피우면서 동시에 북조 국가와의 외교를 통해 고구려를 견제하였다. 고구려는 인접한 북조 국가와의 갈등을 남조 국가와의 외교를 통해 견제하고 관리하였다.

 하지만, 중원에 통일 왕조인 수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원 지방의 안정을 위해 북방의 강국인 고구려를 제압하는 것이 필요했던 수는 113만의 대군을 동원하여 고구려 공격에 나선 것이다. 고구려의 철벽 방어에 막혀 진격이 어려워진 수의 군대는 배후에 고구려 성들을 놔둔 채 수도인 평양을 직접 공격하여 고구려의 항복을 받으려는 작전을 감행하였다. 이 성급하고 무모한 작전의 결과가 30만의 별동대 중 겨우 2,700명만 살아 돌아갔다는 을지문덕 장군이 이끈 살수대첩이었다.

 고구려와의 전쟁이 원인이 되어 멸망한 수의 뒤를 이어 중원을 통일한 당은 초기에는 고구려와 화친 정책을 추진하였다. 수와의 커다란 전쟁을 겪은 고구려의 입장에서도 당과의 대결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고구려에서 연개소문이 집권하고 당의 태종이 즉위하면서 정책이 바뀌었다. 당은 먼저 고구려와 연결하여 당을 압박하던 돌궐을 몰아내는 데 성공하였고 뒤를 이어 고구려의 성을 하나씩 공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시성 전투가 이때 당태종의 공격을 물리친 전투이다. 당태종이 직접 이끈 공격에 실패한 당은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 오랫동안 고구려와 백제의 협공에 시달리던 신라의 나당연합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고구려 배후의 백제를 먼저 공격하여 신라의 협조를 이끌어낸 당은 드디어 고구려 공격 나섰고, 국제적으로 고립된데다 오랜 전쟁으로 국력이 약화된 고구려는 결국 평양성을 함락당했다.

 이 동아시아 전쟁은 일본열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백제를 돕기 위해 보낸 왜의 수군이 백촌강 전투에서 패하자 왜는 당 군이 보복 공격을 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규슈에 다자이후를 설치하고 쓰시마에서 야마토에 이르는 길목에 서둘러 성곽을 건설하여 방비하였다. 이 과정에서 왜는 왕권을 중심으로 권력을 집중하고 율령을 정비하여 고대국가를 완성하였다. 일본이라는 나라 이름도 이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598년 수의 1차 고구려 칩입에서 698년 발해의 건국에 이르기까지 백년의 과정은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 수, 당, 돌궐, 왜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외교와 전쟁을 통해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해 나간 기나긴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돌궐, 수, 고구려, 백제는 멸망하였고, 당과 신라는 안정적인 번영을 누렸으며, 일본은 고대국가를 완성하였다.

 지난 20세기의 동아시아는 중국의 혼란과 내전, 일본의 제국주의화와 침략전쟁, 한반도의 식민지화와 남북 분단으로 점철된 혼란의 시대였다. 이제 21세기의 동아시아는 어디로 흘러갈까.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지 30년 만에 빠르게 성장했고 2020년 전후가 되면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고 우경화와 군사대국화로 주변국의 우려를 사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는 여전히 대결의 냉전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역사에서 같은 사건이 두 번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권익산<원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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