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금, 공모부터 심의·선정까지 무엇이 문제였나
문진금, 공모부터 심의·선정까지 무엇이 문제였나
  • 송민애 기자
  • 승인 2014.03.06 2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긴급진단] 전북도 문진금의 딜레마 (中)

 전북도의 문화예술단체와 예술인 등이 펼치는 각종 사업에 대한 공공지원금의 쏠림 현상과 그에 대한 문제제기는 한 두 해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전북예총과 그 소속 협회 중 일부는 10여년 째 같은 인물이 수장을 맡고 있으며, 대학교수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예술단체의 세대교체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이 같은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기득권층이 누려왔던 쏠림 현상의 관행적 반복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이와 같은 현상의 지속적인 반복은 지역문화예술계에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까지 형성시켰다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전북도의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진금)’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지원사업에 대한 공모부터 심의, 선정까지의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을 추적해본다. <편집자 주>

 

 도내 상당수 문화예술인들은 전북문화예술계에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문화예술계에 지원되는 각종 사업들을 두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구성되고 자연스럽게 먹이사슬이 형성된다는 주장이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전북도가 문화예술단체 및 협회에 예산을 지원하면, 또 그 단체와 협회는 함께 사업을 펼칠 예술인들을 끌어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관계가 얽히고 설켜 ‘전북도→특정 단체와 협회→예술인 및 민간단체’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이 관계에 합류하지 못한 민간단체 및 예술인들은 설 자리를 잃어 최악에는 도태의 위기에 놓인다고 씁쓸해한다.

 이처럼 도내 문화예술계에 공공연히 알려진 ‘먹이사슬’이 형성되는 가장 큰 원인은, 매해 특정 협회 및 단체, 그리고 예술인들이 지원사업의 큰 파이를 차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북도에서 지원하는 무대공연작품제작지원사업, 푸른음악회,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등과 같은 비교적 예산이 큰 지원사업(최소 1,000만 원~최고 2억 원)의 상당 부분이 특정 협회 및 단체에 몰리고, 매년 빠지지 않고 지원받는 단체가 절반 가까이 된다는 점은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올해 A단체는 푸른음악회와 공연장상주육성지원사업에 동시 선정되는가 하면, B단체는 푸른음악회 지원사업에 4년 동안 한 해만 거르고 모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특정 협회 단체장과 대학교수 등이 소속돼 있는 수 많은 단체들에 지원사업의 예산이 편중지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전북문화예술계에 문화예술지원사업을 둘러싼 유착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선정과정에 있어서도 무수한 의혹과 소문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올해 도내 문화예술 지원사업 중 문진금의 경우 총 847건 사업이 신청·접수됐다. 그러나, 이틀간의 예심과정과 또 이틀간의 본심과정을 거쳐 선정된 사업은 499건. 나머지 42%의 사업은 빛도 보지 못했다.

 절반에 가까운 사업들이 심의에 탈락되니, 선정이 아닌 당첨(?)에 가깝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이러다 보니 과연 전북도의 문화예술지원사업들에 대한 공모부터 심의, 선정까지의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는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진금 등의 지원결정내용을 검토하다 보면 누군가가 어떠한 요인으로 인해 이번 심의에 당첨되었는가를 빤히 읽을 수 있게 된다는 불편한 진실이 보인다는 게 지역예술인들의 호소다.

 실제 올해 문진금 예심과정에 참여한 한 심의위원이 평소 알고 지낸 C단체의 지원금 확정 여부에 관한 정보를 외부로 유출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헛점을 드러냈다. 또 지난해 적절치 못한 사업비 집행으로 800여만 원을 도에 반납한 것으로 알려진 D단체의 경우에는 패널티 등의 적용 없이 각각의 단위 사업에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도내 문화예술계의 한 축을 이끌어가는 협회가 사업집행에 있어서 큰 실수를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북도는 이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

 문진금 외 별도공모에서도 문제점은 드러났다. 해외전시 지원사업의 경우 2년 전에 지원을 받았던 작가가 또 지원을 받아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2011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작가 개인에게 최대 3,000만 원까지 예산지원이 가능해 다수의 작가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당초 1회 지원으로만 한정한 것이 도의 내부방침이었고, 대다수 지역 미술인들 또한 알고 있던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도는 공고나 심의절차상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한 발짝 물러서 있지만, 입맛따라 변하는 도의 원칙과 기준에 보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공연장상주단체육성사업에서는 지원 기준이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공성을 담보로 하는 공연장과 지역문화예술단체의 매칭으로 동반성장의 효과를 노리기에 부족해 보이는 선정결과에 대한 우려인 것.

 한 문화예술인은 “공연장상주단체육성사업이 단순히 공연을 한 번 올리고 끝나는 무대지원작이나 문진금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는데 이번 심사결과를 보면 이를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이 드러나다 보니 일부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도와 특정 협회 및 단체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수면위로 드러남에 따라, 일부 문화예술인들은 전북도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물론 전북도도 심사를 강화하고, 지원사업별 지원유형을 세분화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힘쏟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불신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의 경우에도 도는 문진금 지원사업별 지원유형을 세분화·체계화함으로써 예술인들이 사업의 목적에 부합해 신청할 수 있도록 유도했지만, 정작 선정결과에서는 지원유형과는 거리가 먼 사업들이 다수 확인돼 여전히 형식에 그친 채 나눠주기식 지원이 남발됐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도내 한 문화예술인은 “올해 전북도 문진금을 살펴보면 지원사업별 지원유형에 어울리지 않는 모호한 사업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면서 “결국, 형식적 장치만 만들어놓고 여전히 나눠주기식 지원을 반복하고 있는 형국이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예술인은 “전북도가 투명하고 공정한 사업선정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구조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그 일환으로 예술인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해 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공모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미진·송민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