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과 낙하산 파티
공기업 개혁과 낙하산 파티
  • 전정희
  • 승인 2014.02.2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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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1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의 하나로 공공기관 개혁을 칼을 빼들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공기업 수장 20명을 불러 모아놓고 “이제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며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부실운영에 대해 철퇴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공기업이 개혁대상에 오른 이유는 엄청난 빚 때문이었다. 국내 공공기관 총부채가 2013년 말 기준 565조8천억원으로 국가채무 446조원보다 무려 120조원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명박 정부 5년간 LH, 한국전력 등 12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187조원에서 412조원으로 급증해, 공공기관 부채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 중 9개 공공기관은 부채에 대한 원금상환위험이 커져, 사실상 ‘부실’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12개 공공기관의 금융부채 중 79.9%(132조3천억원)은 보금자리사업, 신도시·택지사업, 주택임대사업, 예금보험기금사업, 전력사업, 국내 천연가스 공급사업, 해외자원개발사업,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10대 사업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다.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국책사업을 추진한 결과 공기업이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부도위기에 처한 공기업의 위기상황을 방만 경영과 직원들의 과잉 복지 탓으로 돌리고 있다.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 부채와 방만경영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자산을 매각하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스스로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금 현재 공기업의 위기는 정부의 정책 실패와 정치권과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인식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초기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동의했다. 그래서 지난해 대선 직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서 없을 것”이라며 MB정부의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런데 막상 공기업 개혁을 단행하면서 병인(病因)에 대한 수술은 제쳐놓고, 또다시 보은성 낙하산 인사에 열을 올리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MB정부 때 공공기관 기관장에 총 101명, 감사와 이사까지 포함하면 무려 257명의 낙하산 인사가 투입되었다. 전체 공공기관 임원진의 32%가 MB 정부가 투하시킨 낙하산 인사였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45%로 MB정권보다 더 많은 낙하산 인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논란이 되자, 지난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 임원의 세부자격요건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제시된 기준은 ‘5년 이상 관련 업무 경력’이다. 그런데 이 업무경력의 범위가 완전히 이현령 비현령격이다. 기재부의 고위 관계자는 “정치인이라도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경험이 있다면 해당 경력으로 인정해줘야 한다. 또 군인이나 경찰 출신은 대규모 조직을 운영해본 경력을 리더십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식이라면 기재부가 마련한 공공기관 임원 자격기준은 낙하산 방지대책이 아니라, 낙하산 면죄부를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를 합법화하기 위해 잔꾀를 부리는 정부 관료들의 무소신에 한탄이 절로 나온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26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공기업 기관장 임원진 인사는 경영성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낙하산 인사의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2012년 공공기관 평가에서 해임 건의나 경고 등 낙제점을 받은 기관장 18명 가운데 15명이 정치권 등에서 온 낙하산 인사였다. 산업부 장관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이런 궁색한 변명으로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면죄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의 칼날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 단언컨대, 공공기관의 부도위기는 공기업의 방만경영과 과잉복지 탓이 아니라, 바로 정권의 무리한 국책사업과 무능한 낙하산 인사에 있었던 것이다. 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기업 개혁의 수술 부위를 정부정책의 실패, 그리고 속출하는 낙하산 인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전정희<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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