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넘어 중용으로
갈등을 넘어 중용으로
  • 이용숙
  • 승인 2014.02.18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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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철학의 밑바탕에는 음양과 오행(五行)사상이 깊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중국 고대에 성립되어 자연현상이나 인간사의 일체를 해석하고 증명하려는 사상이다.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 다섯 원소를 우주 구성의 기본적인 자질로 생각하고 있으며, 자연계에서 통상적으로 발견된다.

오행을 바탕으로 오방(동·서·남·북·중앙)과 오색(청·황·적·백·흑)이 서로 연결된다. 가령 오행 가운데 목(木)은 동쪽에 해당되고 청색이면서, 계절은 봄과 연관되고 수호신은 용이다. 또 오행은 계절에서부터 우주의 소리, 인체의 장기와 음식의 맛까지 5계?5음?5장?5미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심지어 인륜도덕의 근본인 오륜과 오상(五常 :仁義禮智信)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훈민정음의 제자원리 중 초성의 오음(아·설·순·치·후)도 이와 일치한다.

 
상생(相生)과 상극(相剋)

제나라의 사상가 추연은 오덕종시설(五德終始說)을 제창하여 모든 제왕은 오행의 어느 한 가지 덕을 갖추며, 왕조는 오덕의 순서에 따라 교체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이른바 상극설 또는 상승설(相勝說)인데, 곧 물은 불을 끄고, 불은 쇠를 녹이는 원리와 같은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수극화 화극금 금극목 목극토’가 그것인데, 이 토는 다시 수를 이긴다.[土復剋水]

한편 상극과 달리 상생의 원리가 있는데, 물은 나무를 살려내고 나무로 불을 피우는 원리에 따라서, ‘수생목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이며, 이 금 또한 수를 살려낸다. 우리는 대체로 상생은 서로 화합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긍정적 우호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에, 상극은 상호 대립과 갈등의 부정적 적대관계로 흔히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나아가 우주자연의 현상을 살펴 보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물이 없다면 무엇으로 불길을 제압하겠는가. 또한 용광로의 끓는 불길이 아니라면 무쇠를 녹여 원하는 형태의 금속으로 가공할 수 있는가. 금이 목을 이기기에 톱으로 나무를 자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생각하면 상극이라고 반드시 갈등의 요인이거나 적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런 원리가 있기에 세상은 원만하게 운용되고, 인간은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갈등의 긍정적인 효과

세상에 갈등이 넘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이나 중국과의 국제적인 갈등에서부터 남북의 상호 비방과 대립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또한 이념·세대·빈부·노사·지역과 함께 갑과 을의 갈등들이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240조 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의 집단적 갈등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93%에 달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그 갈등은 겉잡을 수 없이 증폭될 것이고 손실은 삶을 황폐하게 할 것이 자명하다.

갈(葛)은 칡이요 등(?)은 등나무를 지칭한다. 이 두 식물들은 성장하면서 다른 대상을 감거나 서로 뒤엉켜 자란다. 그러므로 갈등은 복잡하게 뒤엉켜 상호 반목하고 투쟁을 일삼는 부정적인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마다 사고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갈등을 극단적인 대결만이 아닌 발전과 성장의 토대가 되도록 전환시킬 수는 없을까? 긍적적이고 생산적인 갈등을 조성하려면 어떤 태도를 가지고 대처해야 할까? 여기에 중용, 그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중용(中庸), 균형과 조화

『중용』은 성리학의 기본 경전인 사서의 하나로, 유교철학의 개론서이다. 첫머리에서 “하늘의 명을 성이라 하고 성을 따르는 것이 도이며 도를 닦는 일을 교”[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라고 밝히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삶을 누리자면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그 배움에는 길이 있으며, 길은 본성에 바탕하는데 본성은 태어나면서 저절로 갖추어진 것이라는 뜻이다.

중(中)은 중심·균형·적중·일치이며, 용(庸)은 일상·일정불변·떳떳함이다. 중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음[不偏不倚 無過不及]이며, 용은 화(和)의 다른 표현으로 떳떳하며 일체가 절도에 맞음으로 풀이한다. 중용 곧 중화는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심미적 정서이며 느낌이며 태도이다.

갈등의 긍정적 의미를 살려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중용의 태도가 필요하다. 갈근은 한약재로 건강식품이며 꽃 또한 향기롭고 곱다. 5월의 훈풍 속 등나무 꽃향기 아래 시와 인생을 함께 누리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칡과 등나무 줄기가 힘차게 뻗쳐오르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갈등이라는 어휘가 예전과 달리 균형을 잡고 조화를 이루면서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생각의 근본을 바꾸는 상극의 이로움과 갈등의 효과, 여기에 중용의 힘이 있다.

  이용숙 <전주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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