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보람
일하는 보람
  • 이동희
  • 승인 2014.02.13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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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일에는 모두가 공통된 이유가 있다. 그 일을 통해서 얻어지는 ‘보람’이 그것이다. 그 보람이 유·무형일 수도 있고, 그 보람이 추상적이거나 구체적일 수도 있으며, 그 보람이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인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보람이 현실적이거나 미래지향적이거나 직접적 혹은 간접적이냐의 저마다 정도 차이지 얻어지는 보람 없이 그냥 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을 내고 하면 놀이가 되고, 돈을 받고 하면 일이 된다”고 한다. 일만이 아니라 사람이 머리를 쓰거나 마음을 열거나 몸을 부리는 작용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일이 아닌 놀이도 보람 없이는 할 수 없다. 그 놀이가 쾌락을 주기도 하면서 동시에 건강증진에도 도움이 되며, 나아가서 사회적 친화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하기 때문에 돈을 들여서라도 놀이에 빠진다. 이때의 쾌락과 건강과 친화성이 놀이의 보람이다.

 그렇다면, 일의 보람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생존의 방편이라는 점에 귀결될 것이다. 선가에서는 ‘일일(一日) 부작(不作)이면 불식(不食)이라’ 했다.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속가에서도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하는데, 하물며 속세와 인연을 멀리 두고 정진하는 이들에게 일은 또 다른 의미의 수행일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일이 반드시 입에 풀칠하고 목구멍에 거미줄 치지 않으려는 반작용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른다. 즉 물질적 소득, 경제적 이윤만이 일의 보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생존의 조건이 반드시 호구지책(糊口之策)만이 아니며, 일의 보람이 호구지책 너머에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은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란다.”

 그러고 보면 일의 궁극적인 보람은 곧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일의 보람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즉물적인 경제적 이윤 창출만을 목표로 작동하는 사회나 기업이나 개인에게서 거두는 성과는 우리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엊그제 요즘 우리 사회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영화를 봤다. 노동자 없는 기업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 영화에서 그려진 대기업 ‘진성반도체’는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하고 있었다. 비환경적-반생명적인 기업의 행태에도 불구하고 생산성만 높이고 외화만 많이 벌면 그만이라는, 경제제일주의-물질만능주의가 깊이 오염된 실상을 접하면서 가슴 섬뜩한 전율을 느꼈다.

 본래 경제적 이윤 창출이 제1목표인 기업일지라도 노동자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기업의 장래는 보장될 수 없다. 기업가가 거두는 일의 보람은 자신이 만든 제품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 이윤을 내기 전에, 먼저 그 제품을 만드느라 피와 땀을 흘린 노동자들의 마음부터 얻어야 마땅하다. 그것은 노동자들이 생산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소비자라는 이치만 생각하면 분명하다. 자신이 땀 흘려 일한 보람이 그들의 삶을 떠받쳐주지 못하고 오히려 생존의 조건을 허무는 기업과 그 기업의 제품을 애용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목전에 다다랐다. 입후보를 꿈꾸는 정치지망 인사들의 출사표가 줄을 잇고 있다. 또한, 그런 인사들 중에서 양질의 인물을 각 당의 후보로 영입하려는 물밑작업도 한창이다. 그들의 입후보의 변과 각 정당들이 기대하는 인물상은 한결같다.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로 ‘일하는 보람’을 누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일해서 얻어지는 보람이 돈벌이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있음을 자각하는 신선한 주장은 찾을 수 없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천박한 자본주의 패덕이 사람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마땅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좀 달라질 것인가, 아니면 그 나물에 그 밥일 것인가? 해답은 유권자의 일하는 마음에 달렸다.

 이동희<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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