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공주의 비밀
선화공주의 비밀
  • 진동규
  • 승인 2014.02.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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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무왕이 부인과 함께 사자사에 가려고 용화산 아래 큰 못가에 이르니 미륵 삼존이 못 속에서 나타나므로 수레를 멈추고 절을 올렸다. 공주가 왕에게 말했다. “이곳에 큰 절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제 소원입니다.”  ≪삼국유사≫의 기록이다.

 선화 공주님은 남 몰래 짝지어 두고 서동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신라 향가의 대표적인 노래가 아니던가. 이천구 년 일월 미륵사지 서탑에서 발굴된 사리봉안기는 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광풍 속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우리 백제 왕후는 좌평 사택적덕의 딸”이었다. 아름다운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신라의 서울로 가서 노래를 지어 아이들에게 가르쳐 부르게 했다는 그 노래는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천 년도 훨씬 넘는 노래 <서동요>였다. 그때 상황으로 거슬러 가보자. 신문도 전화도 없는 깜깜한 시대가 아닌가. 소문은 제작처가 없다. 그저 풍문인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 안에 진실이 깔려 있다는 믿음이 있다.

 선화공주 이야기로 나라가 들썩들썩한 지 벌써 오 년이 지났다. 추리를 잘한다는 역사학자들, 그럴듯한 상황을 전개시키며 변명 비슷한 논리를 짜맞추어냈다.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자주민임을 차에 선언하노라.” 하던 선언문을 떠올리는 구절이 있다. “아, 백제 왕후 좌평 사택적덕의 딸” 흡사하지 않은가.

 “우리 백제 왕후는 신라 공주 아니네.”를 강조한 문장이 아닌가. 보병, 기병 4만의 병사를 끌고 간 해수좌평 겨우 말 한 필 함께 돌아왔다는 흉흉한 소문을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 거기에 우리 왕후가 신라 공주라네 하는 소문까지 꼬이면 무슨 재주로 풀릴 것인가. 가람을 세우고 사리를 받들어 맞이하는 것도 대왕이 아니라 만민을 어루만져 길러 주시는 왕후께서 정재를 희사하여 가람을 세우셨다고 적고 있다.

 사리봉안기는 미륵삼존을 모신다는 그 삼존이 법왕불, 왕비불, 대왕불임을 명징하게 밝히고 있는 글이다.

 법왕께서 세상에 나오신 일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근기에 따라 부감하시고 응하여 몸을 드러내심은/ 물속에 달이 어리는 것과 같았네//

 왕국에 태어나시고 쌍수 아래 입적을 보이심이라니/ 팔 과의 사리를 남기시고 삼천대천 세계를 이익되게 하는 것/ 그리하여 일어나는 오색 광요의 7번 요잡이라니/ 신통한 변화는 불가사의리라//

 우리 백제 왕후는 좌평 사택적덕의 따님/ 광겁의 선인으로 하여 금생의 승보를 받으셨네/ 만민을 어루만져 길러 주시고/ 삼보의 동량이 되시어/ 공손히 정재를 희사하여/ 가람을 세우시고/ 기해년 정월 29일에 사리를 받들어 맞이하셨네//

 원하옵나니/ 우러르는 자량으로 이 선근으로/ 세세토록 하는 공양/ 영원히 다함이 없게 하소서// 대왕폐하의 수명은 산악과 같이 견고하고/ 치세는 천지와 함께 영구하며/ 위로는 정법을 넓히고/ 아래로는 창생을 교화하게 하소서//

 원하옵고 원하옵나니/ 성불왕후의 수경과 같은 마음 함께/ 법계를 항상 밝게 비추시고/ 금강 같은 몸은/ 허공에 나란히 불멸하소서//

 칠세구원토록/ 함께 복되고 이롭게 하고/ 모든 중생을 함께 불도 이루게 하소서//

 진동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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