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존심, 소니(SONY)의 몰락이 주는 교훈
일본의 자존심, 소니(SONY)의 몰락이 주는 교훈
  • 전희재
  • 승인 2014.02.10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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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4년 필자가 뉴욕 시라큐스 대학에 다니던 시절이나 1996년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에 객원연구원 시절, 일요일에는 쇼핑몰에 자주 들르곤 했다. 대형 쇼핑몰 전자상가 입구에는 항상 일본 소니사의 대형 TV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훌륭한 성능에 가장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어 웬만한 일반 가정에서는 살 수 없을 정도였다. 일본 소니제품에 밀린 한국산 삼성이나 LG TV는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가격도 저렴하였다.

 80년대 회사원이나 공무원들이 일본 출장길에는 으레 도쿄의 아키아바라 전자상가를 들르는 일이 코스로 될 정도였다. 소니의 워크맨을 사기 위해서다. 작은 워크맨 카세트는 중고생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 음악을 듣거나 영어회화를 듣는데 가장 긴요하게 쓰였으며, 귀에 꽂고 다니는 워크맨을 주변 친구들은 매우 부러워했다. 처음에는 테이프를 사용하는 카세트였으나 후에는 CD를 활용하여 음질이 좋은 많은 음악을 쉽게 활용할 수 있어 매우 인기가 높았다.

 인기가 좋은 워크맨은 세계 도처에 있는 소니 현지공장에서 만들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많이 만들었는데 일본에서 직접 만든 제품이 가장 비쌌으며 같은 소니 워크맨이라도 더욱 튼튼하고 음질이 좋았다. 1979년 처음 출시된 워크맨은 당시로써는 혁명적 상품이었으며 걸으면서 고품질의 음악을 듣는 꿈이 현실이 됐다. 워크맨은 1980·90년대 우리 젊은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품목 1위였으며 작년 초 단종되기까지 2억 개 넘게 팔렸다. 1979년 혁명적인 제품 워크맨에 이어 CD플레이어, 캠코더, 플레이스테이션 등 혁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세계 전자산업을 주도했다. 그랬던 워크맨이 2010년 카세트테이프형, 2011년 미니디스크형의 전 세계적 생산·판매를 차례로 중단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소니의 장기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세계 제1의 전자업체가 부실기업 수준의 신용등급을 받은 것이다. 무디스가 매기는 21단계 신용등급 중 11번째 등급인 Ba1은 투자부적격인 투기수준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의 자금 조달 비용은 늘어나고 도미노처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10여 년간 소니는 빠르게 추락했다. 2013 회계연도 상반기까지 1년 반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00년대 초 한 주(株)에 1만 6,000엔까지 갔던 주가가 1,600엔까지 떨어졌다. 영국 브랜드 컨설팅업체의 글로벌 100대 브랜드조사에서 한때 세계 정상급이었던 소니의 브랜드 파워는 지난해 46위로 급락해 소니가 과거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삼성전자(8위)보다 훨씬 낮아졌다. 한때 소니는 미국 코카콜라에 이어 세계 제2위의 브랜드 파워 기업으로 선정할 정도였으며, 도요타자동차와 함께 세계를 놀라게 한 일본의 자존심을 대표하던 글로벌 기업이었다.

 소니의 패인은 외부 환경 변화에 둔감한 데 있다. 세계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데도 ‘우리가 제일’이라는 착각과 자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사(自社) 표준’을 고집했다. MP3 플레이어 시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소비자들은 벌써 MP3 플레이어로 옮겨갔는데 소니는 여전히 워크맨에 매달리다 애플의 아이팟에 완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워크맨 이후 30년 넘도록 소니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관료화된 조직 속에 창의와 혁신이 사라진 소니의 자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 후발 경쟁기업들이 메워갔다.

 기업의 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한순간 방심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혁신을 멈추면 생존마저 위협받는 게 글로벌 기업들이 사는 “정글”의 법칙이다. 급변하는 시장에 뒤처지면 몰락은 한순간에 올 수 있다. 과거 필름 카메라 업계에 한 획을 그은 125년 역사의 코닥 필름이 후지필림에 뒤져 파산하였으며, 68년 동안 세계 제조업의 부동의 1위였던 GM자동차가 2009년 파산을 경험했던 것도 변화와 혁신이 부족하고 강성노조에 의한 고비용 구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81년도에 등장한 GE의 젊은 CEO 잭 웰치는 새로운 세계의 변화를 읽고 많은 기업들을 구조조정하여 오늘날과 같은 건실한 국제 글로벌 기업 “GE”로 성장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3대 추진 실천전략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개혁을 먼저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가부채보다 공공기관부채가 많으며, 부채가 많은 12개 공기업의 부채는 2012년 현재 412.3조원이라고 한다. 변화와 혁신에는 뼈를 깎는 고통과 아픔이 뒤따른다. 그러나 일본의 소니사나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몰락에서 보듯이 혁신이 없이는 살아남지 못한다.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새로운 창조와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며 우리 모두 혁신에 동참할 때 제2의 한강의 기적과 경제도약이 이루어질 것이다.

전희재<새누리당 제2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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