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권과 ‘새정치’
국회의원 특권과 ‘새정치’
  • 김성주
  • 승인 2014.02.0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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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이 된 지 얼마 안 돼 울산에 출장 갔다가 겪은 일이다. 급히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기차 편이 없어 난감하던 중 문득 국회의원은 비행기 이용이 자유롭다고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울산공항으로 차를 돌려 갔는데 돈을 내고 표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보도를 통해 들은 국회의원 특권은 200가지가 넘고 그중에는 기차, 선박, 비행기는 공짜라고 했는데 말이다. 나중에야 그것이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국회의원 자신도 모르고 속았던 것이다.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의도 복판에서 비싼 백수십 만원 하는 월세방을 얻으면서 왜 지방출신을 위해 숙소를 제공해주지 않는지 불만이었다. 밤늦게 회의에서 돌아와 컵라면을 먹는 국회의원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는 어느 기자는 거의 매일 조찬모임 때 김밥, 샌드위치, 죽, 도시락을 먹는 일이 허다하다는 사실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며칠 전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국회의원특권 내려놓기’ 선언이 있었다. 축·부의금 안 받기, 선물금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언급했다. 민주당만이 진정성 있게 주장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일들로 생각된다.

 그런데 과연 국회의원 특권이 정치 불신의 근본 원인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많은 분들과 대화를 통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그 개인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국민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나는 힘없는 사람인데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할 때 누가 도와줄 것인가, 내가 위험에 처할 때 누가 보호해 줄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국민들이 보기에 정치인들은 국민의 고통과 불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특권만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불신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치 자체를 불신하는데 정치인에 대한 비난만 눈에 들어온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그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다. 과연 국회의원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소위 그 많은 ‘특권’이 폐지되면 국회는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나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다.

 특권포기는 출발에 불과하다. 정말 실천해야 할 일은 국민의 수호자, 호민관이 되어 국민을 위한 정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3개의 권력이 있다. 그중에 으뜸은 경제권력이고 다음은 그와 결탁한 행정권력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이익을 수호해야 할 또 하나의 권력인 의회는 국민을 위해 경제권력과 행정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하지만 대단히 무기력할 뿐 아니라 그들 또한 거기에 가세한다. 오늘날 정치 불신은 국민들의 고단한 삶을 대변도 해결도 못 하는 무능한 정당과 정치인, 국회에 대한 심판이다. ‘새정치’는 이래서 등장한다. 그러나 ‘새정치’역시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면 등장하자마자 기존 정치 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국민들은 오지 않을 ‘새 새정치’ ‘새새 새정치’를 찾게 될 것이다. 마치 파랑새처럼…. 국회의원의 최대 특권은 국민의 대표로 일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장 큰 즐거움이자 유일한 행복이다. 정치인은 본인이나 소속정당의 선거 승패에 따라 울고 웃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필요한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냈을 때 보람을 느낀다. 잘 되면 기쁘고 안 되면 낙담에 빠진다. 돈의 힘과 정부의 힘이라는 이중 권력에 맞서 유혹과 위협에 굴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나를 지켜달라고 위임한 권력이다.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개인을 위한 거추장스러운 ‘특권’은 벗어던지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데 필요한 ‘특권’은 더 높여야 한다. 그것이 진짜 ‘새정치’다.

 김성주<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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