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대물림
부의 대물림
  • 서정숙
  • 승인 2014.02.0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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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법무부가 입법예고를 준비하고 있는 상속법 개정안은 고령화 시대에 배우자의 노후 생활비용 증가 및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부양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현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사회적 문제를 막기 위해 배우자에게 50% 우선 상속한 후 나머지 재산을 다시 상속인끼리 나누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배우자가 우선 받게 될 상속재산의 절반에 대해서는 상속세(相續稅)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한다.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1972년에 상속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만 과세하여 상속도 양도소득으로 간주하고 스웨덴, 호주, 멕시코, 뉴질랜드, 이스라엘, 인도,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포르트갈 등은 상속세가 없으며 미국, 스위스 등의 일부 주에서도 상속세가 없다. 상속세를 폐지하는 이유는 상속세가 부자들의 재산도피와 재산은닉을 부추겨 지하경제를 확대하고 조세피난처로 자본이탈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을 해서 부를 쌓고 이를 자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욕구는 본능이다.

 그 사례로 2005년 상속세를 폐지키로 한 스웨덴에서 2004년 12월 30일과 31일에 사망한 사망률이 지난 30년 동안의 같은 날의 사망률에 비해 급격히 감소하였고, 반면 상속세를 폐지키로 한 2005년 1월 1일에 급격하게 높아졌다고 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하루만 죽음을 연장하면 자식들에게 좀 더 많은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는 상속행위의 본능이 죽음마저 늦추는 놀라움을 보여주는 자료다.

 정규재TV에서는 능력이 비슷하나 성격은 다른 두 사람의 사례를 들고 있다. 한 사람은 모든 버는 돈을 자식에게 배팅해서 조기유학도 시키고 자식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하여 높은 연봉을 받는 능력의 소유자로 성장시켰으나, 다른 한 사람은 공장을 운영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여 직원도 고용하고 세금도 열심히 냈고 자식도 한국에 있는 대학을 졸업시킨 후 공장에서 일하게 하면서 월급도 별로 안주고 열심히 일을 배우게 하였다. 한 사람은 이미 고액 연봉의 자식에게 모든 소득이 이전되어 상속세를 낼 필요가 없이 고소득자로 생활할 수 있으나, 후자의 경우 아버지가 죽자마자 부의 절반 이상을 국가가 상속세로 환수하므로 공장을 팔 수밖에 없고 자식의 경영권은 박탈된다. 즉 잘나가던 기업의 2세가 상속으로 인해 경영권을 빼앗긴다면 이러한 사회가 정의로운가? 라고 반문한다.

 2013년 5월 한국경제연구원이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기업 및 경제 현안에 대한 인식 조사 보고에 의하면, 국내 기업 전반에 대한 反기업 정서와 호감도에 대한 질문에서 개인적으로는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反기업 정서의 구체적 원인으로는 ‘탈법 및 편법 등 기업 내부의 문제’와 ‘우리 사회의 평등사상’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우리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다는 의견이 89%에 달한다고 한다.

 국민들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기업가정신 이라기보다 중소기업의 역할에 높은 기대감을 표명했음에도 정작 본인과 자녀의 취업은 공무원과 전문직의 안전성을 우선하고 중소기업 취업은 기피하였다. 또한, 기업 이윤이 주주에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것보다 종업원에게 배분되어야 한다고 응답했으나, 정작 본인의 기업은 근로자 복지 향상보다 소비자를 우선시하겠다고 응답하여 사회적 기대와 국민 개인의 기대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접하고 교육자로서 교육의 문제점을 실감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에서처럼 우리 사회의 성공에 대한 인정보다는 평등사상이 큰 것은 조선 왕조가 무너지고 일제 강점기를 지내고 6·25를 겪으면서 불과 60여년의 아주 짧은 시기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하게 계급사회가 붕괴하고 평등사회로 변화하였다. 선진국들은 수백 년에 걸쳐서 서서히 변화되었으나,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가치관이 형성되기도 전에 급격하게 변화되면서 책임의식보다 권리를 먼저 주장하는 이율배반적인 가치관을 가진 평등사회로 전환하게 되었으며 거기에는 이에 편승한 교육자들과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짧은 시간에 우리나라의 경제가 급격하게 발전하는 과정에 일제 강점기를 겪은 세대, 6·25를 경험한 세대, 산업발전역군, 민주화운동에 활약했다고 주장하는 사람,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사람들에게 부채감을 느끼는 사람 등이 한 공간 한 사회 안에 공존하면서 생기는 사회적 갈등이 크다.

 이런 사회에서 부의 대물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는 본성으로 돌아가자. 상속세를 부의 크기에 따라 법률로 차등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속세를 폐지하여 부의 대물림을 정당하게 하도록 하고, 대신 대물림된 부로 경제활동을 열심히 하여 일자리를 확대하고 이에 상응하는 소득세로 사회에 환원하는 제도가 정착되기를 희망해 본다.

 서정숙<전주기전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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