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잘 풀렸으면”…설 민심은?
“모든 일이 잘 풀렸으면”…설 민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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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0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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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민족의 최대명절인 설 연휴가 2일로 마무리됐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은 가족 친지들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취업과 경제활성화 등 저마다 소망을 간절히 빌었다. 국내 경제가 점차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자영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은 매출액이 늘어 가계살림에 도움이 되길 소망했고, 대학생 등 젊은 층은 바늘구멍과 같이 좁은 길이 된 취업을 희망했다. 주부들은 빠듯한 살림살이를 유지하기 위해 물가가 안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고, 축산농민들은 하루빨리 AI 사태가 진화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고향을 찾은 각계각층의 설 연휴 목소리를 담아 보았다.

 
◆ 이문수(한국화가)
 
한국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구도를 이용해서 당선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민심은 항상 뒷전이었기에, ‘민’은 불만세력이 됐습니다. 한국사회가 더불어살아야 한다는 언론의 칼럼에서만 볼 수 있지, 언제나 ‘대박’과 ‘부자되세요’만 외치고 있을 뿐입니다. 현재의 사회 구조속에서는 이룰 수 없는 슬픈 꿈입니다. 이 껍데기를 ‘민’이 인식하고 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이제 설은 효에 기반해서 정을 나누는 명절이 아니라 부자를 향해 달리는 사람들의 연휴일 뿐입니다. 달리기만 하는 경주마가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서 ‘부자-되기’가 잠시 무뎌지는 때입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당에 줄서는 껍데기보다 지금 이곳의 문제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를 기다립니다. 부자, 대박, 잘 살게 해주겠다고 거짓말하는 껍데기 후보를 가릴 수 있게 ‘민’은 깨어있어야 합니다.
 
◆강경우(34·공공기관 근무)
 
“올해는 둘째가 어느새 자라 4살이 되면서 가정어린이 집에서 유치원을 다니게 돼 기쁘지만 늘어나는 부담에 생활은 더 어려워질 것 같아요”
 
7살과 4살 아이 아빠 강 경우(34·전주시 송천동)씨는 공공기관에 다니는 평범한 가장이다. 올해부터는 두 명의 자녀가 유치원에 다니게 돼 추가 부담이 늘었다. 설 명절 세뱃돈부터 지난해보다 줄였다. 수입은 같지만, 지출이 커진 만큼 소비를 줄이는 차원이다.
 
강씨는 “설 명절을 부모님과 함께 하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지만, 올해부터 늘어나는 교육비 부담이 벌써부터 걱정이다”며 “아내의 성실함과 절약으로 가계 살림은 이상이 없지만, 지출은 더욱 줄여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이어 강씨는 “올해 지방선거가 있지만 크게 관심 가진 적은 없다”며 “아이들 보육문제 개선 등의 공약은 꼼꼼히 살피고 이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강씨는 “농업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조류인플루엔자로 시름에 빠진 농민을 볼 때면 안타까운 심정이다”며 “농산물 가격이 농민의 노력에 맞는 값을 받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아이 보육 걱정 없는 사회, 농민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램이다”며 새해 소망을 피력했다.
 
◆오영근(39·전주시 공무원)
 
“이번 설 연휴의 화두는 단연 오는 6월 있을 지방선거였습니다.” 서울과 인천 등 객지에서 온 친척과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밥상머리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공무원으로 근무중인 오영근(39)씨.
 
오 씨는 “설 연휴 내내 지방선거 이야기로 시간 가는줄 몰랐다”며 “특히 이 지역에서는 기존 정당외에 새로운 경쟁과 격돌이 예상돼 어느때보다 입씨름도 컸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대다수의 친척과 친구들은 한결같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고등학교와 대학교 졸업자 등 젊은층의 일자리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민심을 전했다. 그는 “특히 지역내 대다수 시민들은 정치자체에 무관심이다”며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데 누가 정치에 일일히 관여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대학생 이상미(24·여)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의 유일한 목표는 취업입니다. 도전과 창업정신은 그 뒤의 일이 되고 있습니다.”
 
도내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상미(여·24) 씨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주변 친구, 선후배의 경우 대기업과 같은 대우를 받기를 원하는 회사에 취직을 원하고 있다.물론 이러한 현실성이 떨어진 구직자의 문제도 크겠지만 추구하는 가치의 깊이가 너무 크다 보니 실업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급여나 복리후생 등의 차이를 줄여주는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미 씨는 “전북의 경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주축을 이루는 곳이다 보니 많은 지역 인재가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지역 인재를 지역에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 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붙였다.
 
◆서울시 이문동 손상열(50)씨
 
서울에 거주하며 출판사와 학원을 오가는 손상열(50)씨. 손 씨는 삼성그룹이 발표 2주만에 백지화 했지만 총장 추천제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도입하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손 씨는 “삼성은 서울 5개 대학에서는 100명 이상씩 신입사원을 뽑고 경북대에서 100명, 부산대에서 90명을 선발하겠다고 했지만 전북대에서는 고작 30명만을 뽑겠다고 해서 놀랐다”며 “이는 초일류 기업이 대학을 서열화하고 지역간 차별을 둬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전북지역에 제조업 투자를 꺼리는 삼성이 이제는 인재채용에서 마저 배제하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삼성 고시’로 불릴만큼 어렵지만 그만큼 취업 준비생에겐 ‘꿈의 직장’인 글로벌 기업이 차별을 둔 것은 당사자에게는 박탈감을 안기고 중·고생에게는 가지 말아야 할 대학과 지역을 각인한다는 점에서 문제 있는 채용방식이라고 못박았다. 손 씨는 “당장 취업 걱정을 해야 하는 대학생, 자식들을 위해 먹을거리가 부족한 지역을 떠나고야 말겠다는 학부모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 씨는 “삼성이 계획을 취소했지만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이같은 방식을 도입하는 도화선이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결혼 1년차 전진영(31)씨
 
설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은 전진영(31)씨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고 말했다. 결혼 1년차인 그는 천정부지 오르는 물가와 얇아진 주머니 사정 탓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전 씨는 “자다 일어나면 공공요금은 매일 올라가고 지역경제는 악화되고 정말 좋은 뉴스를 접하기 힘들다”며 “결혼에 사회생활까지 힘든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신혼부부를 위한 각종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지방에서 살아가는 이들로써는 체감하기가 힘들다”며 “아직도 아기를 낳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과 빚 걱정 없이 내집마련을 하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다”고 말했다. 전 씨는 “지역의 미래를 짊어지고 이끌어갈 이들이 바로 청년층, 젊은이들이다”며 “갑오년 새해에는 좋은 일자리를 갖고 아기를 낳고 내집마련을 하는 등 소소한 꿈들이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동근(32·일동제약 주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정부가 나서 전북지역 서민물가 안정에 중요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정책을 펼쳐줬으면 좋겠습니다!”
 
설명절을 맞아 고향인 군산을 찾은 서울, 수도권 2지점 일동제약에 근무하는 귀성객 안동근(31)씨. 제약회사에 6여 년 동안 근무한 그는 “최근 제약업계 사정을 비롯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다”며 “정부는 서민들의 민생안전과 형평성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좀 더 인식하고 개선 방향을 추진하는 등 시대 변화에 걸맞은 정책을 펼쳐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특히 전국에서 소외됐다는 오명을 쓰고 있는 형편의 전북과 서민들의 생활의 변화된 시대를 열어가려면 정부의 애정에 이어 실업자 구원과 취업난 해소 등을 위한 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전북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활성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의태(32·군산·회사원)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임에도 불구하고 예년만큼 설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가족이나 친척들이 고향을 방문해도 아침에 차례만 지내고 바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반면 설 연휴 해외여행객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설 연휴에도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차례음식을 만들고 윷놀이를 즐기는 등의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앞으로 점점 가족과 친인척 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1년에 단 한번 뿐인 설 연휴라도 가족 및 친척들과 함께하며 훈훈한 정을 나누고 화합을 도모하는 풍경이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왕혁(46·경기도 수원시)
 
“아버지가 건강을 회복해 예전처럼 활기찬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고향집을 찾은 왕혁(46)씨는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원으로 아버지의 건강회복을 꼽았다. 경기도 수원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왕씨는 “올해 설은 연휴가 긴 탓에 다소 여유 있게 출발했지만, 고속도로 정체가 그 어느 때보다 심했다”며 “이날 오전 수원에서 출발해 고향집까지 5시간 이상 소요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왕씨는 ”장시간 운전에 따른 피로가 부모님을 뵌 순간 즐거움으로 바뀌었다”며 “지난해 큰 수술을 하신 아버지의 건강이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예전 아버지의 강인하고 든든한 모습을 되찾는 게 올해 가장 큰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두가 바쁜 일상생활 속에 가족의 의미를 잊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다. 효도란 자주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명절 때면 꼭 고향집에 내려올 계획”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박정호(36·회사원)
 
해마다 명절 때면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 박정호씨는 이번 설 연휴를 보내면서도“여전히 타지역에 비해 낙후된 고향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박씨는“저 자신도 취업을 위해 고향을 떠난지 벌써 10년이 다되가지만 앞으로의 현실을 생각하면 고향에 남아 있는 청년 인력들도 조만간 타지역으로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일자리가 없어서 고향을 등지는 청년들이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는 박씨는“전북의 인구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감소했는데 떠나는 전북에서 찾아오는 전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나 자치단체, 기업 등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씨는“친구들 중에서도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해 임시직을 떠돌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서민들이 안정적인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면서“갑오년 새해에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 취업난에 시름하는 젊은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되찾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주(33·부안군 공무원)
 
“올해에는 반드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북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부안에서 공무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박경주(33)씨. 박씨는 작년 결혼을 한 신혼집 가장으로 첫 설 명절을 맞이했다. 전국 각 지역에 살고있는 온 가족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냥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박씨지만 그에게도 조그마한 고민이 있다. 작년 어렵게 전셋집을 구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언제나 내 집 마련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2세가 태어나기 때문에 박씨의 이러한 내 집 마련 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친구들을 만나도 결혼과 집 장만이라는 공통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박경주 씨는 “현재 부인이 임신해서 올해 아이가 태어난다”며 “올해는 내 아이와 함께 살 것을 생각하니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아끼며 저축하고 있으니 곧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특히 아이가 생긴 이후 하는 일도 잘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또 “새해에는 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일을 하고 저축도 하겠다”며 “개인적으로 아이의 기를 받아 올해는 꼭 내 집 마련의 꿈도 꼭 이룰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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