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이하며
설을 맞이하며
  • 황선철
  • 승인 2014.01.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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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후면 설이다. 어린 시절에 며칠 전부터 가슴 설레며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친척들과 정담을 나누고, 평소와 달리 특별한 음식을 먹고, 세뱃돈을 받고 즐거워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도시화?근대화?산업화?민주화 되면서 설 문화가 많이 변했다. 대가족 중심에서 핵가족화가 되었고, 산업의 발달로 인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였다. 대가족이 모여 다정하게 오순도순 정을 나누는 설 풍경은 사라져 가고 있다.

이제 설 문화도 새로운 환경과 시대변화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이용한 설 인사, 설 연휴에 휴가 가기, 선물 안 받고 안주기, 선물 간소화하기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설문화가 가족중심적이고 실용적이며 편의적인 방법으로 변모하는 것 같다.

설문화의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전통사회의 미풍양속은 오늘에 되살릴 필요는 있다. 뿌리가 허약한 나무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설문화도 법고창신(法古創新)하고, 온고지신(溫古知新)할 필요가 있다.

설을 맞이하여 많은 분들에게 새해에 복을 받으시도록 기원하지만, 물질적으로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으면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것이다. 그렇다고 일일이 약소한 선물을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서로 서로가 잘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위에는 스스로 살아가기 벅찬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빈곤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이면서 구조적인 문제이다. 가난이라는 병을 잘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하여 생명을 위협받게 된다.

병원에 가서 건강진단을 받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 중병이 걸리면 치료받을 돈이 없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데, 자식의 사교육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만족하면서 살고, 행복을 논하는 것은 이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참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노력에 대한 비용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고 지렁이만 나온다는 말이 있다. 빈곤과 실업이 구조화되어 있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불만계층이 형성되어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부가 과도하게 재벌을 포함한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분배의 재조정을 위해서 복지정책의 개혁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성장을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물론이고 중앙과 지방간에 균형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제도적인 개선이 중요한 이유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설에는 후보자들에 대한 사랑방 대화가 많아질 것이다. 주민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후보자가 당선되어야 할 것이다.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에 대한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청렴성과 도덕성을 제일 중요시 하지만 선거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많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이 형사 처벌을 받은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 공천 여부로 시끄럽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만 해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영호남에선 특정 정당 공천장이 바로 당선을 보장했다. 그러다 보니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들이 자기 하수인을 후보로 내세웠다. 공천 대가로 금품이 오간다는 얘기는 헛소문이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전북에서는 이른바 ‘안철수당’의 등장으로 민주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마도 민주당이 이렇게 긴장하는 것은 근래에 드문 일이다. ‘안당’이 경상도가 아닌 전북과 전남에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이 마땅치 않지만 기존 정치권이 기득권에 안주한 것에 대한 반사적 이익이라고 할 것이다.

민족 대이동을 앞두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방역 당국과 축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AI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AI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대량 살처분이라는 야만적 대응만 할 것이 아니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설에는 가족 간에 따뜻한 얘기가 오고 갔으면 한다. 그래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단위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사랑방 대화에서는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사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많은 대화가 오고 갔으면 한다. 그리고 주위에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한 번쯤 돌아볼 기회도 가졌으면 한다.

황선철<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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