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
  • 김윤덕
  • 승인 2014.01.24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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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에는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는 기본원리가 있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유발한다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통한다’는 뜻과 아프다는 뜻의 음이 모두 ‘통’이다. 허준의 저서 동의보감에서도 이 글귀가 있는데, 원래 한의학에서 몸의 기(氣)가 바르게 통하고 피가 잘 순환되면 고통이 없고, 제대로 기가 흐르지 않으면 고통이 따른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침(針)·구(灸)·탕약(湯藥) 등 여러 가지 의료조치 및 식사요법과 호흡 운동 그리고 명상 등으로 예방 또는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이 사람의 신체에 관한 의술의 진리만이 아니고, 박근혜 정부 들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적용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여야 정치가 불통이다. 민주당은 이미 6개월 전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를 당론을 정했지만, 새누리당은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그동안 진행된 정개특위에서 공천제 유지를 위해 몸부림치는 새누리당의 철벽같은 불통 때문에 야당과 국민들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데, 결국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요구하고, 대통령의 공약이행을 촉구했던 다수의 국민들에게 대놓고 도전하는 것과 다름없다.

 여야 간의 정치가 순조롭게 통하지 못하니, 우리 국민들만 아프다. 당장 우리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번지는 조류인플루엔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예견된 위험이 정부의 방심으로 사태를 키운 것은 아닌지 아쉬운 점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확산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범정부적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특히 민족의 대이동이 있는 설 이전에 반드시 AI를 진정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는 2년 전 초동대응 실패를 거울삼아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특히 축산농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피해현장을 방문했고, 조류인플루엔자 확산방지와 국민의 불안감 해소, 축산농가의 피해를 해소하는 노력에 모든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사상 최악의 개인 신용정보 유출도 온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개인정보는 인권임을 간과한 무사안일이 빚은 참극이다. 믿고 맡긴 정보를 허술히 관리한 금융기관이나, 그동안 수도 없이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안일하게 대처해온 금융당국이나 모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대한 과오이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전 국민의 신상정보가 불법 매매되고, 그 정보가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같은 범죄에 악용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하는 무책임한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민주당은 개인정보가 보호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2월 국회에서 개인정보 관련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교학사 교과서 논란으로 시작해 국정교과서 문제로 이어지는 교육현안도 근심거리다. 민주당의 특위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치밀하게 대응해 교학사 교과서 채택 저지에는 성공했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상반기에 편수전담조직을 부활시키고 국정교과서로의 전환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인 필자 또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설 명절 직후 전주에서 ‘한국사 교과서 논란의 문제와 향후 전망’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교육현장의 교사, 학부모, 학생과 교육부 관계자는 물론 전문가들을 초청해 전북의 목소리를 중앙정치권에 전달하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요즘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제대로 통하는 게 거의 없다. 제대로 통하지 않으니 몸이 아프고 맘이 아픈 국민들만 하나둘씩 늘어갈 뿐이다. 이런 난관을 극복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통해 불통 질주하는 새누리당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분열의 정치로 이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살얼음판이다. 새누리당 정권에 대한 견제에 동의한다면, 정당과 개인을 막론하고 1:1구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불통정권도 뒤늦게나마 정치적 통증을 느끼고 제대로 통해야 한다는 반성을 하게 될 것이다. 다시는 국민들께 고통을 드리지 않기 위한, 야권의 통쾌한 통합과 통함을 통한 승리가 절실한 때이다.

 김윤덕<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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