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고령화와 독거노인
농촌의 고령화와 독거노인
  • 강동원
  • 승인 2014.01.23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가족 없이 혼자 살아가는 어르신들 이야기가 주변에서 자주 들려오고 있다. 얼마 전에 혼자 살던 60대 여성 노인이 숨진 지 5년 만에 자신의 집에서 발견돼 충격을 준 바 있다. 안타까운 이 노인처럼 고독사에 노출된 노인들이 부지기수다. 독거노인들의 실태는 물론 빈곤한 생활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해 사망 후 수개월이 지나 발견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족이나 주변으로부터 외면당해 고립생활에 따른 우울증 등으로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안타까운 사례도 늘고 있다. 갈수록 고령화가 심화하자 독거노인(獨居老人) 문제는 사회적 주요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2035년에는 우리나라의 독거노인이 현재보다 3배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지난해 홀로 사는 65세 이상 노인은 약 125만 명에 달한다. 전체 노인의 20.4% 수준이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독거노인은 2020년에는 175만명, 2035년에는 343만명, 전체 노인의 23.5%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인구연령층의 구조변화, 사회문화적 변화, 핵가족화 등으로 인해 독거노인의 증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독거노인들은 경제적 궁핍, 각종 질병, 긴급간호 문제, 정신적 고립감 등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에서는 노인복지의 일환으로 가사도우미 파견사업 등을 도입, 독거노인에 대한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 등을 파악해 적정서비스를 연계해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독거노인 생활지도사들이 읍면동에 배치돼 복지행정을 펼치고는 있지만 급증하는 독거노인의 숫자에 비해 노인복지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고령화 현상은 도시보다 농어촌이 훨씬 심각하다. 우리나라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은 지난해 35.6%에 달한다. 이는 전체 고령화율의 3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치다. 하지만, 농어촌은 도시보다 열악한 정주여건을 보이고 있다. 단위면적당 노인 여가 복지시설이 도시는 2.40개에 달하지만, 농촌에서는 0.58개에 불과하다.

 농촌의 마을들을 다녀보면, 농촌의 고령화가 얼마나 심각하고, 어르신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 지를 절감한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마을에서 시설도 낡은 고향집을 지키며 고령에도 힘들게 영농에 종사하고 계신다. 심지어 70대 노인이 80대 어르신의 밥상을 차리고 있는 실정이다.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는 것도 힘들지만, 매일 끼니를 해결하는 것조차 버거워하신다. 농촌마을을 다닐 때마다 마을회관에서 식사할 수 있는 취사공간이나 부식비 등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이 자주 있다. 배우자가 돌아가시거나 자신들이 고향을 떠난 고향집을 홀로 지키는 독거노인들은 물론 부부 어르신들이 함께 사시는 농가도 날마다 한 끼 식사마저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농어촌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회관에서 공동취사 시설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을에 공동취사 시설을 만들어주고, 재정여건 범위내에서 부식비 등을 지원한다면 심각한 농촌의 고령화 현상을 감안하면 상당한 지원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전국의 마을회관을 공동식당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취사도구도 있기 때문에 별도의 식당설치 예산은 필요 없다. 다만, 마을마다 취사를 담당할 인력 한 명 정도를 고용하면 된다. 전국 3만 6,500여 개 마을에 한 명씩 고용하면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공동취사로 인한 에너지 절감효과는 상당하다. 특히 겨울철에 독거노인, 무의탁 노인들을 마을회관에서 공동수식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보다 약간의 난방비만 더 있으면 될 것으로 본다. 필자는 얼마 전에 국회에서 이같은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도 적극 공감을 표시하고, 공동취사시설 등은 시범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현재 전국의 일부 시·군·구에서 운영하는 노인 공동생활가정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독거노인은 이제 남의 문제가 아니다. 望雲之情(망운지정)이라는 말이 있다. 자식이 객지에서 고향의 어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뜻한다. 자식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수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고향을 떠나온 자식들의 마음을 담아 농촌의 고령화, 독거노인 문제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독거노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농어촌과 산촌마을에서 외롭게 사시는 독거노인들의 현황조사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정확한 실태파악이 있어야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막을 수 있고, 이들 어르신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현장 복지행정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물론 광역자치단체, 지자체 등에서도 농촌의 고령화와 독거노인 문제에 더욱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기대해 본다.

 강동원<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