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무질서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교통무질서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유길종
  • 승인 2014.01.22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 신문사가 2013년도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안전문화 수준을 평가하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북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6위를 차지했고, 필자의 고향인 완주군은 전국 225개 기초자치단체 중 225위로 꼴찌를 차지했다. 위 평가는 신호 준수율,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 방향지시등 점등률을 비롯한 교통문화 수준과 각종 교통사고 통계, 운전자의 자발적 교통준법 의식수준 등을 감안한 것이라 한다. 교통문화수준이 민도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닐 수 있고, 위 평가결과의 정확성에 관하여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공인된 기관이 발표한 자료에서 전북이 꼴찌 언저리를 맴돈 것은 일단 창피할 노릇이다.

 우리의 교통문화, 교통도덕 수준이 한심한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

 새벽에 운전하거나 길을 걷다 보면 신호를 무시하는 차량이나 보행자를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신호를 지키는 것이 더 민망한 경우도 많다. 밝은 낮에는 그렇게까지 않을 사람들이 조금 어둑할 때는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출근 무렵에는 날이 밝아 그런지 신호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차량은 많지 않다. 하지만, 신호가 바뀐 후에도 꼬리를 물고 들어가는 얌체 차량 몇 대는 항상 있다. 그렇게 하면 신호를 받아 진행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임을 모를 리 없건만 당당하게 꼬리를 물고 진행을 한다. 체증이라도 있으면 꼬리를 물고 들어가는 얌체 차량들은 더 많아진다. 교차로가 이미 막혀 있어 자기도 교차로를 빠져나가지 못할 상황임에도 일단 머리를 들이민다. 자기 하나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은 안중에 없다.

 유턴이나 좌회전이 금지된 곳에서 버젓이 중앙선을 침범해가며 유턴이나 좌회전을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자기 뒤에서 진행해 오는 차량들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유턴이나 불법좌회전을 하려고 정지하여 반대차선을 살피고 있다. 이분들 역시 자기로 말미암아 불편을 겪는 남들은 안중에 없다.

 좁은 길에서 큰길로 진입하기 위하여 큰길을 진행하는 차량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데, 좁은 길로 들어올 것이면서도 방향지시등을 켜주는 차들은 별로 없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 차들이 방향지시등을 켜주었으면 진즉에 움직일 수 있었는데, 직진할 것으로 알고 기다린 것이 짜증이 날 때가 많다.

 얼마 전 필자가 일하는 사무실 앞의 삼거리에 신호등이 철거되고 회전식 교차로가 새로 생겼다. 공사 이전부터 회전식 교차로에서는 먼저 진입한 차량이 우선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건만, 먼저 진입한 차들을 무시하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든다. 저러다 큰 사고 나겠지 싶다.

 이런 우리 지역의 교통도덕이나 교통문화 수준은 국토교통부와 모 신문사의 이번 발표에서 전국 꼴찌 수준으로 확인되었다. 우리 지역의 교통문화 수준이 이렇게 엉망이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통경찰의 직무유기도 그 원인의 하나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엄격한 단속만큼 교통질서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싱가포르의 예를 보더라도 그렇고, 단속을 당해본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그렇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는 경찰을 보기 어렵다. 시내에서 신호위반 등을 단속하는 경찰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신호를 위반하고 정체된 교차로 안으로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차들을 뻔히 보면서도 단속을 하지 않는다. 불법유턴, 불법좌회전도 무사통과이다.

 우리 지역의 교통문화 수준이 전국 최하위 수준임이 밝혀진 이 마당에도 경찰이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면 이는 직무유기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교통단속을 소극적으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경찰이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것을 촉구한다.

 유길종<전북변호사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