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義로써 리利를 제한하라
의義로써 리利를 제한하라
  • 조미애
  • 승인 2014.01.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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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그동안 방만한 경영을 해 온 공공기관에 대해 정상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실행 계획을 내놓으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전체 259개 공공기관 중에서 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 예금보험공사, 가스공사, 도로공사 등 부채가 많은 12개 공공기관과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가 과도한 20개 기관을 중점 관리 대상 기관으로 선정하고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구조조정에 착수하겠다고 한다. 이 중 한국거래소, 마사회, 코스콤, 수출입은행 등은 1인당 복리후생비가 연간 1천만 원이 넘어 우리나라 대표 사기업인 삼성전자보다도 많았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들은 통치를 위해 온 국민이 먹을 수 있는 더 큰 파이를 제시하기보다는 보은 인사를 통해 그것을 먹을 소수의 사람을 직접 결정한다. 그 결과 국가는 빚더미에 앉게 되지만 선택된 일부 소수의 지지자들은 두둑한 주머니를 보장받게 되고 나머지 많은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많이 궁핍해진다. 소수의 집단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예산을 집행하고 독점할 수 있는 사업을 수행한다. 상상할 수 없는 빚을 진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인 임직원들은 저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흥청망청 선심을 베풀었다는 것을 알게 된 국민들의 분노와 자괴감은 무엇으로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인가.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의 유형으로는 자사고나 특목고 자녀에 대한 수업료를 전액 지원하는 등 직원 자녀의 교육비 지원을 비롯하여 느슨한 근무조건, 넉넉한 퇴직금, 업무상 순직한 직원가족에 대한 고용세습 등 이다. 이들 기관이 빚잔치를 한 것이 아니라 탄탄한 경영으로 발생한 순이익에 의해 계획된 경영이라면 고용안정과 복지가 잘되어 있는 얼마나 좋은 직장일까 싶다.

공공기관은 공익성의 가치를 수행하는 곳이다. 공기업이나 자치단체출연기관 등 공공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에서는 주민의 복리를 위해 우선 노력해야 하며 그 누구에게라도 최선을 다해 친절해야 한다. 공자孔子는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고見利思義 재물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見得思義’고 하여 집단의 이익인 의義로써 개인의 이익인 리利를 제한했다. 자영업자는 이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손님에게 친절을 다하고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노력하는데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경영과 복리후생 면에서 개인의 이익인 리利를 의義보다 우선시하여 발생한 지금의 사태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국가발전의 큰 장애다.

정부의 정상화 대책에는 금융공기업 사장은 연봉 4억을 넘지 못하며 일반 공기업 사장은 3억 이하로 하고 비상임 이사는 연 3천만 원 미만의 연봉 상한선을 지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 스위스에서는 기업경영진의 연봉을 최저연봉자의 12배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발의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비록 부결되기는 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나라 전체근로소득자의 평균연봉은 2013년 국세통계연보에 의하면 2천960만원이었으며 이중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은 2.6%였다. 모전자회사는 사내이사 3명에 대해 1인당 평균 52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회사 65곳의 최고경영자의 연봉은 금융지주 CEO 15억, 증권사 11억, 은행과 보험사는 10억 원 선으로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의 20배가 넘는 액수로 밝혀진 바 있다.

2013년도 전라북도 공기업 및 출연기관의 경영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어느 공사는 금융부채가 수천억 원대로 영업이익으로는 원금은 그만두고 이자도 상환하지 못할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기관은 도내 최우수기관으로 평가 받았다. 부실한 기관들을 평가하여 최우수기관이라는 상패를 부여할 필요가 꼭 있었는가 싶다. 도민에게는 편리함과 즐거움을 주는 기관이 필요한 것이지 평가 잘 받는 기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시험을 자주 보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험공부만을 하는 것처럼 기관들이 평가 받는 일에 몰두하는 동안 실질적인 공공기관의 업무는 분명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을 것이다. 부실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평가보다는 분석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빚으로 흔들리고 있다.

조미애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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