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차일까?
자전거가 차일까?
  • 김종일
  • 승인 2014.01.15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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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타기를 매우 즐기는 사람이지만 막상 우리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불안하다. 정부에서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는 여러 가지 정책을 실행하고 있지만 실상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자전거로 출퇴근할 때는 조금 멀리 돌아가더라도 천변의 자전거 도로를 이용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주시내에서는 천변도로 이외의 도로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전주 시내를 관통해서 이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자전거를 차에 싣고 시내를 통과한 다음에 비교적 안전하다 판단되는 장소에서부터 자전거를 탄다. 용감무쌍하게 시내를 자전거로 질주하는 사람들의 용기가 종종 부럽다.

도로교통법에 명시된 자전거 관련 법규를 보면 현실적으로 법규를 완벽하게 지키면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엄밀히 따져보면 지금 자전거를 타고 거리에 나선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범법자이다. 범법자이기 때문에 행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적절한 보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자전거 법규가 지키기도 어렵고 도움도 되지 못하는 원인의 출발점은 자전거를 차로 정의한대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각자 자전거 법규를 완벽히 준수하면서 자신의 집에서 직장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는 경로를 한번 찾아본다고 하자. 자전거를 차로 정의하다 보니 자전거는 원칙적으로 인도로 다녀서는 안 되고 차도로 다녀야 한다. 예외적으로 차도가 공사나 파손 등으로 통행이 불가능하거나 자전거 통행이 허용된 경우에만 인도로 자전거가 다닐 수 있다. 하지만, 근처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누구나 바로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적법하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경로를 찾기도 쉽지 않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적법한 출퇴근 경로를 찾았다 해서 크게 나아지는 것도 없다. 시내에 있는 대부분의 자전거 도로나 인도는 사람과 자전거가 같이 다닌다. 자전거는 차로 정의되어 있다 보니 자전거 도로에서나 인도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의 책임은 자전거에 있다. 사람이 고의로 자전거를 들이받아도 자전거 이용자 책임이다. 물론 보행자의 안전하고 편안한 통행이 최우선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자전거 이용자는 아무런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겠다. 이런 도로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의 가해자는 바로 자전거이다.

자전거도로와 인도에서뿐만 아니라 차도에서도 자전거 이용자에게 유리한 점이라고는 없다. 차도에 들어선 자전거는 법적으로 도로를 달리는 차일 뿐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모든 차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법규가 자전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자전거만 지켜야 하는 규정들이 따로 있다. 맨 오른쪽 차선 1/4 이내의 가장자리를 이용해야 하고 차량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양보해야 한다. 차도를 달리다가 만약에 자전거 도로가 나타나면 즉시 자전거 도로로 이동해야 한다. 따라서 법을 준수하려면 자신이 이동하고자 하는 경로 주변에 있는 모든 자전거 도로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만약 자전거 도로가 길 건너 반대편에 있다면 자전거를 타서는 안 되며 반드시 끌고 걸어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자전거 도로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가다가 자전거 도로가 끊기면 다시 횡단보로로 자전거를 끌고 건너와 다시 차도로 진입해야 한다. 자전거가 차도를 달리다가 자동차와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자전거에 유리한 조항은 단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이것저것 따져보면 자전거가 거의 백전백패이다. 도로상의 최강자가 바로 자전거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인도이든 차도이든 사고가 발생하면 자전거가 가해자이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법이 그렇다.

간단히 살펴보았지만, 자전거 법규는 실제 지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만약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면 자전거는 절대로 탈 수가 없도록 되어 있다. 문제의 출발점은 자전거를 차로 정의한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자전거를 차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전거 법규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죽은 법이 아니라 자전거 이용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고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 및 법적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겠다. 자전거는 과연 차일까? 개인적으로 자전거는 사람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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