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혹은 영리병원 그리고 의료괴담
의료민영화 혹은 영리병원 그리고 의료괴담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4.01.14 2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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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벽두부터 한차례 "의료대란", "의사파업" 등 한바탕 소란스러운 이야기들이 들썩이더니 이제는 의료민영화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의료서비스 활성화 정책'에 반발하는 의사협회(이하 의협)와 의사들이 지난 12일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정부의 철회가 없을 때 오는 3월 3일 의사 총파업을 할 것이라 밝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예정대로 3월 초 파업이 실행되면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약 14년 만에 의사들의 집단 휴ㆍ폐업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벌어지게 된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서비스 활성화 정책의 핵심내용은 "원격진료의 허용",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설립허용", "영리약국의 허용"과 같은 몇몇 의료서비스 관련 규제를 푸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변화에 의협, 그리고 야당과 시민단체는 결국 '의료민영화'로 가기 위한 사전 준비단계라며 강력 반발하고 결국 영리병원을 만들고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여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중심의 공공의료 서비스가 붕괴하는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인터넷 등에선 이렇게 의료민영화가 진행되면 맹장수술과 제왕절개수술에 천만원이 넘는 돈이 들 것이라는 근거가 부족한 소문까지 돌며 '의료괴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원격의료'나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의 허용' 등은 의료민영화와 전혀 관계가 없고 의료서비스를 개선하여 경쟁력과 선진화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아무튼, 정부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얼마 전 있었던 철도민영화논란을 둘러싼 코레일 노조 파업사태와 맞물러 결국 이런 정책 추진은 온 사회에 의료민영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그렇다면 의료 민영화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한다면 의료기관을 민간이 운영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 개인의원과 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의 90% 이상은 이미 민간병원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의료민영화는 올바른 말이 아니다. 하지만, 민간병원임에도 모든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에 당연 지정되어 일부(?) 비급여항목 서비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건강보험에서 허용한 진료와 진료수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의 통제 하에 놓여 있는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은 인건비를 제외한 어떠한 이익을 남겨서도 안 되고 영리를 추구해서도 안 되는 비영리기관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의료민영화 논란은 엄밀히 말해 '의료기관이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느냐'와 '건강보험의 통제를 벗어나느냐'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좀 더 정확한 표현은 '의료의 영리화' 그리고 '민간의료보험 도입'이 의료민영화 논란의 핵심이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의료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보면 의료법인이 자본을 투자하거나 투자를 유치 받아 자회사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영리추구를 할 수 있게 하였다. 즉, 환자를 보고 진료하고 이익을 남긴 돈을 직접 가져가면 안 되나 그 돈으로 호텔관광업, 장례식장, 의료기회사나 제약사를 만들어 이익도 남기고 영리가 추구하라는 말이다. 과연 이것이 의료의 영리화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더욱이 자화사를 통한 영리화의 문제점은 의료서비스를 개선하여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의료서비스에 재투자될 돈을 부대서비스에 투자하여 돈을 벌라는 점에서 그 문제점이 있다. 노환규 의협회장의 비유를 인용하면 학교에서 수업료와 교육재정으로 학교 운영이 어려우니 선생님들이 학교에 문구점도 만들고 서점도 만들어 학생들에게 교재를 팔아 돈을 남겨 학교 운영을 하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결국, 이런 자화사를 통한 의료의 영리화는 병원 자체의 영리화를, 그리고 그 재정적 근원인 건강보험을 붕괴시켜 민간의료보험도입으로까지 나가게 될 것이란 우려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의료보험제도개혁을 정권의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산업화, 자본화된 미국의 의료·제약산업복합체의 막강한 로비력 등으로 미국의 의료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증가하여 있으나 정작 5천만 가까운 국민이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비 때문에 파산하거나, 삶을 포기하는 미국의 모순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에 떠도는 의료괴담이 근거가 전혀 없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물론 현 건강보험제도나 의료제도가 결함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장 최 일선 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기에 필자 역시 많은 문제점에 대해서 가장 불만이 많은 사람 중에 일 것이다. 그러나 의료의 공공성과 공익성의 원칙을 포기한 선진화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린 아기를 목욕시키고 더러워진 물을 버리면서 아기까지 함께 버리는 잘못을 하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이다.

김형준<신세계병원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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