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수필부분 심사평 ‘존재와 기능 역할에 무신경한 현상 겨냥’
[신춘문예] 수필부분 심사평 ‘존재와 기능 역할에 무신경한 현상 겨냥’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12.30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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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평소에 글을 읽을 때마다 “······. 독자는 여러 사람이다. 따라서 가지가지로 요구한다. 나를 즐겁게 해 달라. 나를 슬프게 해 달라. 나를 감동시켜 달라. 나에게 공상을 일으켜 달라. 나를 포복절도케 하여달라. 나를 전율케 하여달라. 나를 사색하게 하여달라. 나를 위로해 달라. 그리고 소수의 독자 만이 당신 자신의 기질에 맞는 최선의 형식으로 무엇이든지 아름다운 글을 지어 달라고 할 것이다.······.”라는, 모파상의 단편소설 서문의 한 대목을 떠올린다.

오늘도 나는 “당신 자신의 기질에 맞는 최선의 형식으로 무엇이든지 아름다운 글을 지어 달라.”라고 요구하는 독자 중의 한 사람이 되어서 내 앞에 놓인 응모작품 400여 편을 읽었다. 가까스로 30여 편을 골랐고, 그들의 2차 읽기를 통해서 김만년의 ‘헛기침’, 권영애의 ‘여백’, 김옥희의 ‘가객의 노래’, 박금아의 ‘조율사’, 정원정의 ‘맷수쇠’ 등 다섯 편을 어렵사리 선하고 나서야 겨우 한차례 큰 날숨을 쉴 수 있었다.

‘맷수쇠’는 인생살이의 제 국면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멘토로 ‘맷수쇠’의 기능을 차용했다. 스스로의 존재감은 극구 부풀리면서도 그 존재의 기능이며 역할에 무신경한 현대인들을 겨냥하여 공동체에서 분골쇄신하는 자세로 주어진 직분을 다하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삶의 모델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객관성을 상실한 채 자기 주장만을 강변하는 현 시대상황의 엇박자를 글의 바탕에 깔고 건강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대사회적 관심과 어떻게라도 대안을 찾아내고자 하는 긍정적 성정에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모두가 놓치기 아까운 대목을 두루 갖추고 있었지만, 특히 정원정의 ‘맷수쇠’가 수필로서의 제반 요건을 구비하고 글월로써 정제 완결하는 필력의 내성에 신뢰가 컸다.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올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람이 마음에 품은 생각과 감정을 말로 하여서 그것의 절반만 음성언어로 표현을 한다 하여도 연설가 아닌 이 없고, 그 연설가가 한 말의 내용을 반절만큼만 문자언어로 형상화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작가 아닌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라는, 일설이 있다.

모름지기 기성작가들과 작가 지망생들이 먼저 스스로의 현주소를 세세히 점검하고 반성하고 수정하고 겸허해져야함을 일깨우는 정문일침이라 하겠다.

공숙자<수필가, 대표에세이 동인회 전국회장 / 전북여류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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