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소설부분 심사평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진지함이 돋보여’
[신춘문예] 소설부분 심사평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진지함이 돋보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12.30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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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에 정답이 있을까? 2014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응모된 소설을 읽으면서 새삼 글쓰기의 어려움을 깨달았다. 만약 소설쓰기에 정답이 있다면 수많은 문학청년들의 가을 열병은 없었을 것이다.

소설의 품격, 혹은 소설을 대하는 진지함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응모작을 꼼꼼이 읽은 결과 오하준의 ‘넙치아바타’와 성경미의 ‘산양’과 이글의 ‘숨은귀’가 남게 되었다.

산양은 깐깐한 구성이나 인물과 사건의 연결이 빛을 발휘했지만, 주인공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어쩌겠니? 애빈데’라며 받아들이는 어머니와 인쇄소 사장과 주인공이 벌이는 행위들이 설득을 얻기가 힘 들었다.

좋은 소설의 기준이 문장으로만 결정이 된다면 ‘넙치아바타’는 단연 빛나는 작품이었다. 또한 게임개발이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주인공을 통하여 해박한 지식을 드러내 보였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아버지의 보상금을 성형에 쏟아 부었다가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여주인공을 대하는 주인공의 심리상태나 게임속 주인공 아바타를 빌려 드러내 보인 행태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했으며 상당히 중요한 인물인 실비횟집 주인여자와의 관계나 갈등을 가볍게 처리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숨은귀는 스트레스성 난청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세상을 향해 내뱉는 항변을 다루고 있는데, 주인공의 아버지조차도 유난히 작은 귀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을 학대하여 또 다른 상처를 입힌다.

가까운 곳의 소리는 듣지 못하면서도 먼 곳의 소리를 잘 듣는 주인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먼 곳의 소리이기 때문에 환청일수도 있겠다는 변명이나 하는 방관자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주인공이 환상처럼 가지고 다니는 칼과 가위는 이 시대의 어두운 면을, 혹은 일부러 귀머거리 행세를 하는 대다수의 군중들의 귀를 자르고 싶다는 욕망의 표출일 수도 있겠다. 이글의 ‘숨은귀’를 당선작으로 뽑는 것은 시대를 응시하는 주인공의 시선이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최정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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