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평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의 재탄생’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평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의 재탄생’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12.30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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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문예를 통해 이 땅의 시인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것은 눈부신 기쁨이다. 전국 각지에서 응모한 137명의 시 569편을 심사했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섬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 것은 누에가 고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토해 나오는 비단실을 보는 것과 같다. 떨리는 가슴으로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주어 시를 쓰고 응모한 예비 시인들의 문학을 향한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

당선작으로 이승은의 ‘열화되다’를 뽑았다. ‘나무들의 연대가 적요롭다/ 몸 말아 등선이 고운 태아처럼/묵언수행을 선언한 지난 계절부터’라는 첫머리부터 시선을 끌었다. ‘토해낸 숨결 안과 밖 경계선이 무너지고/추는 중심을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꽃이 열리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호흡을 잠시 멈추고서 한 줄의 시로 완성한 모습이 시를 읽은 사람에게 큰 기쁨을 주고 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이 언어를 통해 재탄생하는 모습이 반갑다. 앞으로 좋은 시인으로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구민숙의 ‘뒤란’은 오래 들고 있었던 작품이다. 바람처럼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이야기들이 떠오르는 영상과도 같았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여 시의 언어를 조율한다면 머지않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윤정의 ‘풍화’, 김완수의 ‘독방일기’, 김종득의 ‘돌아온 만경들’ 역시 좋은 작품이었다. 아깝게 낙선한 분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조미애<국제펜클럽한국본부 및 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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