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글로벌 선물경제에 눈 돌려야할 때
이제는 글로벌 선물경제에 눈 돌려야할 때
  • 김동영
  • 승인 2013.12.29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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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정치인류학자인 피에르 클라스트라는 돌도끼를 사용하는 남미 원주민에게 돌도끼보다 10배는 효율성이 높은 쇠도끼를 주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기 위해 쇠도끼를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당연히 동일한 노동시간에 비해 10배 이상의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남미 원주민들은 생산량은 그대로 노동시간을 10분의 1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을 쉬거나 다른 일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원시부족사회는 필요 이상의 생산이 사람과 자연의 착취로 이어진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고 이를 조절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만들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선물경제다. 선물경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프랑스 인류학자인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이라는 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뒤르케임의 조카이기도 한 모스는 원주민들은 모든 물건에는 초인간적인 힘인 마나 또는 영적인 힘인 하우라는 것이 깃들여 있다고 여긴다는 그의 가설을 받아들였다. 이를 토대로 그동안 인류학자들이 원시사회에서 연구한 선물경제에 대한 사례를 모아서 원시사회의 교환체계 특징을 분석하였다.

 선물경제의 대표적인 사례에는 북미 원주민들이 행하는 포틀래치와 뉴질랜드의 쿨라가 있다. 포틀래치는 치누크 ‘인디언’의 말로 ‘식사를 제공하다’ 또는 ‘소비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포틀래치는 결혼식이나 성인식 또는 제사를 지낼 때 손님을 초대하고 그들에게 음식이나 선물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포틀래치 주관자는 손님들이 배불리 실컷 먹을 수 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지는 거의 모든 것을 손님들에게 선물로 주는 것을 넘어 마침내는 모포나 배 심지어 부족의 상징인 동판을 파괴하거나 불에 태우기도 한다. 뉴질랜드 트로브리안드 군도의 쿨라는 물물교환시에 나타나는 조개껍데기로 만든 팔찌와 목걸이의 교환을 말한다. 팔찌는 시계방향으로 순환되고 목걸이는 시계반대 방향으로 순환된다. 팔찌를 받은 사람은 준 사람에게 바로 다른 팔찌를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시계방향의 다른 부족에게 팔찌를 선물한다. 팔찌나 목걸이를 선물로 더 많이 줘야 더 많은 교환을 할 수 있다.

 포틀래치와 쿨라에서 나타나는 선물교환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주는 것을 아까워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사람은 단순한 물건 이상의 다른 사람의 영혼 일부를 받은 것이기에 언젠가는 그 영혼의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선물을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는다면 “재물을 위해서만 일하는 째째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물경제는 원시사회에서만 유효한 교환방식인가? 그렇지 않다. 부족단위의 선물경제를 지역이나 국가단위로 확장한 경우가 바로 협동조합이나 최근의 로컬푸드라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이익의 창출이 아닌 조합원 공동의 편익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조합원이라는 조건은 선물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며, 선물을 받으면 다시 답례해야 하는 선물경제에 의한 교환체계가 협동조합의 운영원리에 깃들어 있다. 로컬푸드 또한 일정한 지리적 공간에 사는 사람만이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잠재적 조건에서 출발한다. 이는 서로 가치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최근 선물경제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세계로 확장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로컬 모터스(Local Motors)’라는 자동차 회사는 공모전을 통해 자동차 디자인을 접수받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품의 개발과정에 대중이 참여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이득을 공유하는 세계최초의 ‘크라우드소싱’자동차 회사다. 누구나 자동차 디자인이나 개발에 참여하여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고, 사람들은 그중에 가장 좋은 안을 채택한다. 전공이나 학위의 소지와 상관없이 자동차 개발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째째한 사람’을 넘어 더 좋은 자동차라는 ‘선물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부족단위의 선물경제가 지역단위로 성장한 것이 협동조합이나 로컬푸드와 같은 형태라면 크라우드소싱은 선물경제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로 확장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지역 내 부가가치의 순환만을 강조하는 사회적 경제를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과 이를 세계와 공유하는 세계적 선물경제의 창조에 주목해 보자.

 김동영<전주시정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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