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이 전북의 경쟁력이다.
귀농·귀촌이 전북의 경쟁력이다.
  • 이경신
  • 승인 2013.12.2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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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방영된 TV 드라마 ‘전원일기’가 생각난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전원일기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해가는 변곡점에서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로 최장수,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다.

  최불암과 김혜자, 고두심, 유인촌 등 김회장네와 약방의 감초 일용네 김수미, 박은수, 그리고 수많은 조연들이 출연해 농촌의 애환을 잔잔하고 참 재미있게 그려냈다.

  2002년말까지 1,088회를 방영했다니 나이 드신 어른들은 물론이거니와 요즘 20대 초반 젊은이들까지 아마 부모 품에 안겨 이 드라마를 보고 자랐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지금 ‘신 전원일기’를 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슬며시 의문이 든다.

  아마도 귀농, 귀촌인들의 삶과 애환을 그리는 또 하나의 성공적인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이 같은 이유는 엊그제 임실군에서 열린 제1회 귀농·귀촌인 한마음 행사를 다녀 오면서 느꼈던 감흥(感興)들이 쉽게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임실군 귀농·귀촌 행사장에 200여명의 귀농.귀촌인들이 참석해 작목별 협의체와 지부를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며 성공적인 정착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란다.

  귀농. 귀촌이 남의 일로만 여겼으나 실제 가까이 접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이젠 우리 농촌의 새로운 버팀목이요, 희망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됐다.

  남원시의 경우도 지난 11월말까지 남원시로 귀농.귀촌한 인구는 326가구 678명에 이르고 최근 7년간 834가구가 남원을 찾아 귀농·귀촌인들의 유입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원시는 지난 1998년 지리산 자락 산내면 실상사를 중심으로 귀농운동이 펼쳐져 전국의 귀농.귀촌 붐을 일으킨 곳이며, 귀농을 희망하는 예비 귀농자들을 대상으로 귀농학교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고향 김제 진봉에도 학창시절 여학생들의 인기남 이었던 이웃마을 오빠가 최근 낙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오빠는 학창시절 훤칠한 미모와 공부를 잘해 서울 일류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이웃마을은 물론 근동(近洞)에 소문이 자자해, 고향을 떠난 지금도 풍문처럼 소식이 들려 오곤했다.

  대기업 임원까지 승승장구하던 그 오빠가 최근 2~3년 사이 감원이 됐다느니, 명예퇴직을 했다느니 뜬 소문이 돌더니 지난 봄 고향으로 낙향해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동에 우상이었던 오빠가 뜻밖에 낙향해서 새로 농사를 짓겠다는 사연은 자세히 모르겠지만 우리 농촌에 새로운 변화와 현상들이 알게 모르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0대 베이비 부머들의 귀농. 귀촌 행렬이 이어져 지난해 2만7018가구, 4만7322명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귀향했다는 것이다.

  이들 이도향촌(離都鄕村) 행렬이 계속되면 오는 2021년에는 현재 농촌에 거주하는 원주민 보다 귀농. 귀촌인들이 더 많아지며 2030년까지 약 300만명의 도시인들이 귀향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전북도청 자료에도 2008년 385세대의 귀농·귀촌 가구가 2011년 1,247세대로 증가했으며 2012년 2,553세대, 그리고 올 11월말 현재 3,388세대, 6,602명이 고창, 완주, 남원, 부안, 순창 등지로 삶의 보금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이젠 귀농.귀촌인들이 농촌의 미래요, 희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다.

  60~70년 농경사회에서 먹고살기 힘들어 남부여대(男負女戴) 고향을 등지는 이웃들이 늘었지만 이젠 역으로 귀향을 한다고 하니 어쩌면 이들을 맞이하는 지원책 등 각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전북도와 각 지자체들도 기업유치 실적도 좋지만 전북의 미래요, 희망이자, 자산이며 경쟁력인 귀농·귀촌인들이 우리 고장에서 귀농의 꿈을 이루며 새로운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도록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경신<(사)전라북도 방범연합회여성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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