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휘호]갑오년 말(馬)의 해 ‘老馬之智’(늙은 말의 지혜)
[신년휘호]갑오년 말(馬)의 해 ‘老馬之智’(늙은 말의 지혜)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3.12.23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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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교수의 신년휘호

 老馬之智(늙은 말의 지혜)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 때의 일이다. 어느 해 봄, 환공은 재상 관중(管仲)을 데리고 정벌에 나섰다가 전쟁이 길어지는 바람에 겨울에야 귀로에 오르게 되었다.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군사들은 물론 환공마저도 당황하고 있을 때 관중이 나섰다. “이런 때야말로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며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러자 말은 스스로 고향으로 가는 길을 찾아 걸었다. 전군이 그 뒤를 따라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지식은 넘쳐나는데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낮아지고 정보고속도로를 포함하여 도로라는 이름의 길이란 길은 다 넓어졌지만 사람들의 시야와 안목은 더욱 좁아진 것 같다. 너, 나 없이 소통을 주장하지만 어느 곳도 소통이 제대로 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가득 찬 기름통에 불붙은 성냥개비를 하나를 던져 본들 기름에 치어 불은 꺼져버리고 만다. 지식이 넘치고 말이 넘쳐나도 지혜의 불씨가 없으면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평화는 오지 않는다.

갑오년 새해에는 ‘老馬之智’ 즉 늙은 말의 지혜를 이용하여 고난에 빠진 사람을 구한 관중과 같은 사람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지식과 물질로 사는 시대가 아니라, 지혜와 사랑으로 사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하며 ‘老馬之智’ 네 글자를 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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