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
얼굴 없는 천사
  • 최진호
  • 승인 2013.12.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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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연시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하고 있다. 익명으로 금액이나 물품, 쌀을 기부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지난달 26일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독지가가 사랑의 열매에 1억원의 성금을 보내 감동을 안겨줬다.

우리 지역은 또‘전주시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있다. 이 천사는 지난 2000년도부터 13년째 12월 성탄절을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를 찾아‘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쪽지와 함께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그동안 기부한 금액이 3억원에 달한다.

어느덧 송년의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기대가 함께하는 연말연시다. 해마다 이시기엔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지고, 구세군 자선냄비도 등장한다. 이는 나눔으로 사랑의 온도를 높이자는 의미일 것이다.

전북은 전국에서 3번째로 노인인구가 많고 이 가운데 20% 이상은 독거노인이다. 사회복지시설은 생활시설기준 400여 곳에 생활자는 1만여 명을 웃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5.1%인 9만 5천여 명으로 전국 최고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소년소녀가정은 전국에서 5번째 많다는 보건복지가족부 통계도 있다.

세계 경제 위기가 지속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으며 삶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투쟁과 같은 나날을 보낸다.

이 때문인지 올해도 어김없이 언론매체엔 불황 탓에 나눔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 주위의 소외계층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나마 우리 지역은 인정이 넘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전북 사랑의 온도탑이 14년 연속 100도를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김장담그기와 쌀 나누기 운동을 비롯해 따스한 온정의 물결이 줄을 잇고 있다. 학생들이 용돈을 아껴 연탄을 구입해서 영세가정에 연탄을 직접 배달하는 모습도 보인다. 송년행사를 생략하는 대신 불우이웃돕기에 나선 모임도 늘고 있다니 우리 사회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낮은 곳에서부터 나눔의 미학이 빛을 발하는 분위기가 살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아직은 인색하다. 최근 세계적인 영국의 자선지원재단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여개 국가 중 45위를 차지했다. 전년도에 비하면 순위는 상승했지만, 국내총생산기준 15위 수준의 경제 규모를 감안한다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동남아국가에 비해서도 낮다.

‘십시일반’이란 말이 있다. 열 사람의 밥을 한술씩 보태면 한 사람이 먹을 분량이 된다는 의미다. 어원은 사찰에서 식구가 10명이면 10명분의 밥만 짓게 되는데 손님이 한 명 더 오게 되더라도 10명분의 밥에서 한 숟가락씩 덜어서 밥 한 그릇을 더 만든다는 것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는 쉽다는 뜻이다.

기부는 우리나라의 대기업이나 미국 철강왕 카네기,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같은 갑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돈으로만 기부하는 것도 아니다. 재능으로 물품으로 동참할 수 있다. 물론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사회지도층부터 나서서 오블리스 노블리제를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소액이지만 많은 사람이 참여할 때 진정한 기부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다. 올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추위가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연말연시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

최진호<전라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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