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똑바로 만들고 관리하자
자전거도로 똑바로 만들고 관리하자
  • 김종일
  • 승인 2013.12.17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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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젊은 친구들 쓰는 표현을 빌리면 나는 자덕이다. 자덕은 자전거 덕후의 줄임말로 자전거 마니아라는 뜻이다. 재작년에 전북대학교에 ‘건지바이크’라는 자전거동아리를 만들었고 현재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주말이면 대개 나와 같은 자덕이라 불리는 학생들이나 동호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탄다. 사람들이 보통 ‘싸이클’이라고 부르는 로드바이크를 타고 도내 이곳저곳으로 장거리 라이딩을 주로 다닌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도 십여 차례 다녀온 것 같다.

자전거 라이딩은 물론 즐겁지만, 대단히 위험하다. 솔직히 나도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겼다. 그래서 라이딩 코스를 잡을 때는 고개를 넘거나 멀리 돌아가더라도 안전한 루트를 택하는 것이 기본이다 보니 대개 넓고 빠른 신작로가 생겨서 차량통행이 뜸한 구도로를 탄다. 군산, 임실, 순창, 정읍, 진안 가는 길이 비교적 안전해서 자주 다니는 코스이다. 반면에 김제나 남원 가는 길은 대단히 위험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다니지 않는 금기 코스이다.

재미 있는 것은 지금까지 수많은 라이딩을 동호인들과 함께했지만 자전거도로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버젓이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져 있어도 일반 도로를 탄다. 한 마디로 자덕들은 자전거도로를 철저하게 외면한다. 자전거도로가 비교적 잘 만들어져 있는 곳이 제주도이다. 일주도로와 해안도로를 따라 거의 전 구간에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조차 자전거도로를 거의 타지 않는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어 있으면 자전거는 반드시 자전거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불법인 것도 알고 위험하다는 것도 알지만, 트럭들과 나란히 도로를 달리는 것을 선택한다. 자전거도로에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전거도로가 오히려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 많은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전거도로가 안전하고 즐겁다면 이용하지 않을 리 만무하다. 자전거도로가 안전하지도 즐겁지도 않기 때문에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 자전거를 탈 때에는 인솔자로서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시하기에 차량통행이 잦은 구간에 자전거도로가 있을 경우 자전거도로로 달릴 것을 주문하곤 한다. 하지만, 자전거도로로 들어온 학생들이 몇십 초도 지나지 않아 하나 둘 다시 일반도로로 나와 버리고 만다. 자전거가 달릴 수 있는 도로 상태가 못 되기 때문이다. 나도 포기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일반도로를 달린다. 먼저, 자전거 도로를 달리게 되면 낙차와 펑크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한다. 대개 자전거도로는 깨진 유리 조각이며 자잘한 돌멩이들 그리고 모래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도로 바닥만 주시하면서 그것들을 피해서 달리기에 급급해진다. 로드바이크는 타이어와 지면이 접지하는 폭이 1cm가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모래나 흙먼지 위를 달리면 자전거가 미끄러지며 휘청거린다. 또 콩알만 한 돌멩이만 밟게 되더라도 낙차 하기 쉽다. 펑크는 보너스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다시 말해 안전을 위해 자전거도로를 버리고 일반도로로 나서는 것이다. 사실 도로 갓길이라고 안전한 것은 결코 아니다. 대체로 갓길도 바닥에 이런저런 장애물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대체로 자전거도로보다는 상태가 양호하다.

그렇다면, 자전거도로를 깨끗하게 청소한다면 자덕들이 이용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대체로 자전거도로는 평탄하지 않고 요철이 매우 심하다. 자전거가 통통 튀며 흔들린다. 자전거 주행속도가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노면의 요철은 라이딩의 즐거움을 통째로 앗아갈 뿐만 아니라 안전 주행에도 매우 위협적이다.

정리하자면 자덕들이 자전거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덕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자전거도로를 버리고 일반도로로 달린다. 그런데 이런 자전거도로들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법적 권리를 완전히 박탈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시급한 개선을 요하는 문제다. 법적으로 자전거도로가 있으면 자전거는 반드시 자전거도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인도나 차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이 자전거 주행자에게 돌아간다. 전주 시내를 보면 인도에 자전거 마크만 그려 넣은 무늬만 자전거도로가 널려 있다. 자전거는 차도도 인도도 다녀서 안 되기 때문에 자전거도로 밖에서의 모든 사고는 자전거 책임이다. 자전거를 타지 말라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이런 자전거도로를 없애는 것이 오히려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과 법적 지위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다.

자전거도로 똑바로 만들어 똑바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없으면 없애는 것이 백번 낫다. 한마디로 자덕들은 자전거도로가 밉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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