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전북문화계결산 - 5.문학·출판
2013전북문화계결산 - 5.문학·출판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12.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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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문단은 지역 문인들의 꾸준한 문단 활동과 여러 장르 간 소통을 통해 문학적 자양분을 키워나가는 모습이었다. 출판의 위기, 문학의 위기가 회자되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문예지가 창간돼 활기를 불어넣었으며, 각 지역별로 지역의 문학인을 조명하는 문학제와 생가복원사업 등이 추진되는 등 다양한 담론도 오갔다. 그러나 개인적 창작활동의 부재로 주목할만한 작품집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신예작가를 너무 쉽게 발굴하는 현재의 모습에 대해 반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지역의 문단과 문인, 독자가 함께 만나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그치고 있는 점 또한 전북의 문학 자산을 대내외에 알리고 활성화하는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전북도 내 문학관, 그 외연을 넓히다

 

 개관 1주년을 맞은 전북문학관은 문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행사로 안정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9월, 한국문인협회의 제33차 전국대표자대회를 유치해 전북문학관의 활동 성과를 1만2,000여명의 전국 문인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전일환 전주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한국문학의 원천, 전북문학의 미학'을 주제로 특강을 펼치는 등 역사적 긍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도내 문학관 7개소 중 올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곳으로는 최명희문학관(전주)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월 대전에서 열린 제1회 전국문학관대회에서 국내 70여개 문학관 중 유일하게 문학관 운영 성공사례를 발표하는 한편, 2013년도 전주시 민간위탁시설 경영평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

 실제, 최명희문학관의 간판 프로그램인 '1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는 올 한 해만 9,000여명이 참가하면서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 프로그램을 포함해 최명희문학관의 여러 프로그램들은 수년 전부터 전국 여러문화시설과 단체 등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미당시문학관(고창)은 건축 이후 10년이 지나 노후화된 시설을 개보수하고 지난 4월 개관식을 가졌으며, 아리랑문학관(김제) 인근에는 아리랑문학마을이 새롭게 조성돼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민초들의 저항을 그린 소설 '아리랑'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석정문학관은 석정문학회와 함께 그 어느해보다 더욱 풍성한 석정문학제를 펼쳐보였다.

 하지만, 문학관의 경우는 대부분 민간위탁 시설로서 운영되다 보니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없다면, 박제된 공간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 문학관이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다각도의 고민이 절실하다. 꽉 짜여진 틀에 맞춰 전시물만 둘러보고 지나가는 공간으로 만족하기 보다는 문학이라는 특성을 살려 관람객들로 하여금 여유와 쉼, 사색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장이 문학관 운영에 얼마나 열성을 가지는가가 중요하다.  

 

▲책방의 변신은 무죄…출판 문화를 즐기는 신선한 자극

 

지난 3월에는 전주 고사동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문을 열어 책 애호가들로부터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다양한 책을 일목요연하게 분류해 놓고, 도서 검색대도 마련해 놓았을 뿐 아니라 1000원대부터 정가 50% 이하가 상당수를 차지해 인기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지난 2011년 전주 민중서관 본점에 이어 지난해 교보문고 전주점마저 문을 닫으면서 책방을 그리워 했던 젊은 세대들에게 신개념의 문화공간으로 이해됐다.

그런가 하면, 동네책방도 꿈틀거린 한 해 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지역서점 문화활동 운영 지원'사업을 추진, 도내에서는 삼화서점(김제)와 호남문고(전주)가 수혜를 입었다. 이번 사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사회의 중소형 서점을 지원하고 독서 인구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운영의 어려움에 처해있던 동네책방들이 문학기행과 시인초청 강연을 개최하는 등 지역의 문화사랑방으로 서서히 변신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영월지역 제1호 사립박물관이었던 책박물관은 지난 6월 완주군 삼례에 이전 개관, 한국 북디자인의 100년의 역사를 조명한 기획전시와 시전지 장서표 등 상설 전시로 출판문화를 즐기는 신선한 자극을 더하고 있다.

 

 ▲새로운 문예지와 이색출판물 창간 눈길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계간문예지 '인간과 문학'은 문학과 미술, 음악, 철학, 디지털콘텐츠까지 통섭하면서 문학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포부로 창간됐다. 쏟아져 나오는 문예지와의 변별성을 갖기 위해 창간 특집으로 '또 문예지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정면돌파했다.

 손가락으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설렘을 아는 사람들을 위한 책을 표방하고 있는 공감 갤러리 '다빈치'(DAVINCI)는 전문가의 해설이 함께하는 힐링, 갤러리, 테마, 여행, 사진, 교포에세이 등의 꼭지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 나온 '한·몽문학'은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와 몽골의 문학적 교류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창간됐다. 김한창 한국동인지문학아카데미 대표가 3년 동안 몽골 작가들과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문단에 한 획을 긋는 뜻 깊은 성과를 올린 것. 지난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1차 아시아 거점 몽골문학 레지던시 사업이 마중물 역할을 한 만큼 이에 대한 발전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지역의 구석 구석을 살피고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이색 출판물들이 나오기도 했다. 전주 남부시장 2층 청년몰에 있는 독립출판 전문서점 우주계란에서 청년 10명이 함께 모여 창간한 독립잡지 '앗', 완주군 화산면 책사골 주부독서회가 만든 마을소식지 '화산울림'등이 눈길을 끌었다.

 

 ▲지역 문단, 개인 창작 활동 평년 수준…아쉬움 남아

 

 전북 문단을 이끌어 가고 있는 두 대표적 단체인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작가회의도 보폭을 넓혀갔다. 전북문인협회는 전북문단 발간사업과 중산시문학상, 전북해양문학상 등의 사업을 이어갔고, 전북문학관의 재수탁에 성공했다. 전북작가회의는 신임회장에 복효근 시인을 선임하고, 월례문학토론회 등을 지속하는 등 사업의 내실화에 힘썼다. 그러나 이들 단체의 활동이 살아있다거나 색이 있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였다는 평가다.

 특히 급변하는 미디어 시대에 독자들과 만나기 위한 소통의 창구를 넓혀가야 할 시점이지만, 지역 문단의 이 같은 홍보수단을 활용한 교류활동은 없는 상황. 일부 단체를 제외하고는 각 단체별 홈페이지 운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트위터나 블로그 운영 등도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타지역은 물론 다양한 세대들과의 교감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아날로그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 한해 주목할 만한 작품집이 부재, 지역 문인들의 개인 창작 활동 또한 아쉬웠다는 평가다. 평생교육활동이 활발해지고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장이 많아지면서 신진들을 너무 쉽게 발굴하는 경향이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팽배한 상황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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