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 지역 이슈발굴 한계
도립미술관 지역 이슈발굴 한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12.15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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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전북문화결산】 3.시각예술

 경기침체와 미술품을 둘러싼 각종 비리 사건, 올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미술품 양도소득세 등 전국의 미술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분석이 우세했지만, 전북지역에는 올 한해 아이러니하게도 전시공간이 크게 늘었다. 또 원로와 중진, 청년작가들의 각종 수상 소식과 풍성한 전시 소식이 이어졌으며, 故 지용출의 유작 기증과 故 승동표의 작품 기탁 등 훈훈한 소식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 화단의 큰 어른으로 그늘이 되어준 원로작가들의 별세 소식이 이어지는 등 유난히 궂은 소식이 많은 한 해였다.

▲불황 속에도 갤러리는 증가…문화공간으로서 가치 확장 필수

가장 최근에 개관한 인드라망 갤러리는 아트 컴퍼니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전북문학관 맞은편에 조용히 문을 연 얼갤러리는 실험미술을 표방하는 젊은 작가들의 기획전을 중심에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전주 효자동 신시가지의 갤러리 누벨백과 갤러리 숨, 태조궁갤러리, 동이미술관, 사진예술을 보여주는 전문 공간으로 특성화한 한지포토갤러리 지숨과 서학동사진관 등도 올해 문을 열었다.

전북대예술진흥관은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신·구 세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기획전으로 한옥마을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으며, 삼례문화예술촌에는 뉴미디어아트 작품전시를 지향하는 VM아트갤러리가 구축됐다.
여기에 카페를 겸한 갤러리 등도 속속 오픈하면서, 과거 삼양다방과 사립문다방 등 그림 전시를 주로 하던 공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야말로 갤러리 붐이다. 우선 동네 구석구석에 이 같은 공간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번듯한 공간만 있다고 해서 갤러리의 역할을 다 한다고 볼 수 없다. 학연과 지연에 얽매여 특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갤러리일 뿐이라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큐레이터 배치와 그 역할을 살리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여기에 행정의 소소한 관심이 보태진다면, 교과서나 백과사전에만 보는 미술이 아닌 생활 속에서 만나는 미술문화가 뿌리 내리게 되는 일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원로·중진·청년 모두 움직인 한 해

한국 수묵운동의 거장 故 송수남 화백의 문화체육관광부 은관문화훈장과 평생을 지역화단에서 창작열을 불사른 박남재 화백의 ‘제58회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 소식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중견조각가 엄혁용은 한국미술센터의 ‘2013 한국미술상’을 수상, 실험성 짙은 작품 활동을 보여주는 조해준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2013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르는 등 전북 작가들이 중앙 무대를 주름 잡았다.

중견작가들은 해외콜렉터들을 파고들면서 보폭을 넓혔다. 전북도의 해외전시 지원사업으로 김선태, 류재현, 이종만 등 총 10명의 작가가 유럽과 미국 등에서 작품세계를 뽐냈으며, 일부 작가들인 작품판매와 현지 갤러리들의 러브콜을 받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공예작가들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유경희, 송수미 작가는 올 상반기 프랑스 파리국제예술공동체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인정받아 각각 전북위상작가상과 전라미술상을 수상하면서 시각예술 속 공예의 위치를 다졌다.

그룹 C.ART는 전문큐레이터와 선배 작가들을 초대해 워크숍 형태의 세미나를 열고, 개인작업 프리젠테이션을 병행하는 등 지역미술계의 씨앗이 되고자 고군분투했다. 2013평창비엔날레 국민공모전에서 전북대 조소과 출신의 청년작가 4명이 수상의 기쁨을 안기도 했다.

▲원로작가들의 아카이브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 또 하나의 특징은 지역 원로작가들의 초대전이 유독 많았다는 점이다. 지역 내 갤러리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개관전으로 탈(?)이 없는 원로작가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모시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 그러나 이 같은 원로작가 모시기 경쟁으로 인해 기획전별로 다양성이 확보되기보다는 그저 그런 그룹전으로만 보여지는 인상이 짙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원로작가의 초대전과 같은 경우에는 아카이브 형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들을 담아내지 못한 단편적인 기획들이었다는 평가다.

(사)전북전통문화연구소가 문예진흥기금사업으로 추진하려 했던 하반영 화백 구술생애사 기록화 사업을 포기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여기에 올해 유독 안타까운 소식이 많았던 점도 지역미술계의 아카이브문제를 더욱 깊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평생을 화업에 몸담으며 지역미술의 버팀목으로 건재했던 소중한 미술인들이 우리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고향인 전주로 귀향해 정을 나눴던 남천 송수남, 반백년을 훌쩍 뛰어넘는 시간 동안 서양화의 명맥을 이어온 조윤출, 순창 출생으로 자연과 인물을 정갈한 원색으로 강렬하게 표현한 류병엽, 전북미술협회장을 맡아 전북미술을 지평을 넓혔던 황소연 화백의 이름이 역사에 남았다.

▲전북도립미술관, 지역 이슈 발굴 한계 드러내

전북도립미술관이 올 한해 선보인 총 7건의 전시에는 24만7,674명(12월 12일 현재)의 관람객이 발걸음 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초에도 계속된 ‘세계미술거장전’에는 7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리면서 일주일 연장 전시로 인기를 이어갔고, 그 열기는 현재 진행 중인 ‘한국미술의 거장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초상미술을 보듬은 ‘역사속에 살다전’과 중국인의 문화와 정서에 대한 이해를 도운 ‘중국 강소성미술관 소장품’전도 높은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지역의 이슈를 발굴해 내는데는 한계를 드러내 지역작가를 자연스럽게 끌어안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북지역 작가가 참여해 소통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인물 파노라마’정도 였다.

새로운 집행부를 꾸린 전북미술협회는 대표 사업인 미술대전과 아트페스티발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전북나누아트페스티발’은 지역의 미술관, 갤러리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구성면에서 풍성하게 접근, 내년도 예산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주미술협회는 현 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의사를 밝혀 공석인 상황으로 올 한해 다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고, 전북민예총 미술분과는 지난 2008년부터 진행해 온 대표전시 아시아 그리고 쌀전을 통해 예술가의 역할을 토해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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