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는 경제를 망친다
독재는 경제를 망친다
  • 이춘석
  • 승인 2013.12.0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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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론의 분열은 용납하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발언은 강경하고 단호했다. 외신에서조차 대통령의 하야를 우려했던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던 대통령이 아니었던가. 그러한 대통령이 이럴 때에만 보여주는 특유의 단호함은 공포감마저 느끼게 한다. 정권 퇴진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을까. 원로신부의 말 한마디에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부와 여당이 일제히 칼을 빼든 형국은 지지와 반대를 불문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동일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재현하고 있는 70년대의 통치방식은 과연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이것은 단순히 역사적 후퇴나 과거의 재현이라는 말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비극적 결말을 예상케 하고 있다.

 유신시대를 향수 어린 감정으로 기억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당시의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서 누렸던 과실들을 추억한다. 그러나 당시의 세계경제는 바야흐로 진격의 시대로 대열에서 이탈만 하지 않으면 성장 가도를 달리는 데에 별다른 걸림돌이 없었다. 덕분에 이러한 경제적 성과는 국민들로 하여금 독재로 인한 부정의와 국가 폭력에 대해 상당 부분 외면하거나 침묵하게 한 측면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 둘 사이의 실질적인 인과관계와는 무관하게 박정희 시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던 많은 국민들 역시 이런 기대를 했을 것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된 다음 날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 신화를 이루어보겠다”는 다짐으로 이에 화답해 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격의 시대는 진작 끝이 났다.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했다. 그러나 작년에도 5%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했지만 실제치는 2%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저성장 기조 역시 세계적 추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같은 경색 국면은 더 악화하였다. 그나마 수출은 호조세라 기업의 영업이익은 증가하고 있다지만 고용과 투자는 좀처럼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업의 수출환경을 위해 마땅히 국민과 노동자들의 희생이 수반되었을 것이지만 그 과실은 기업에 의해서만 독점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경제 위기로 인한 불이익은 고스란히 노동자들만의 몫이 되고 있다. 실제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현대자동차 하청업체들의 노조들은 대부분 붕괴하였고, 노조탄압의 대명사로 지칭된 용역업체들은 기업에 빌붙어 급격히 성장해 나갔다. 5년 동안의 복직투쟁 과정에서 2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쌍용자동차 사태나 정규직으로 인정받기 위한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9년에 걸친 법적 투쟁은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경제적 현실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 배경도 더 이상 기존의 경제구조하에서는 성장의 동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현실에서 진격의 시대를 호령했던 독재적 리더십을 통해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오판이다. 이는 결국 지금과 같은 저성장시대에 경제적 약자들만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고 말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독주가 아니라 대화이고 상생이다. 기업과 노동자가, 부자와 가난한 자가,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방법을 찾지 않고서 민생을 챙기겠다는 것은 거짓이다. 서로 대화하지 않고, 서로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상생하겠다는 것 역시 난센스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민생을 살리고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열고 대화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춘석<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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