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칼바람 맞는 지방대학
구조개혁 칼바람 맞는 지방대학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3.12.0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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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대학에 구조개혁 칼바람이 불고 있다.

 원광대학교가 지난해 14개 학부(과)를 폐지했다. 올해는 대학원까지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대학교도 이미 유사학과 통폐합을 단행했다. 2년제 대학들도 경쟁력 없는 학과를 통폐합하고 시대조류에 부합하는 학과를 신설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전북지역 대학가에 구조개혁이란 칼바람이 불어닥친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학교는 바로 지역 대학들이다. 극복방안 중 하나인 ‘몸집 줄이기’엔 공감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분명 아니다. 한국대학사회의 특수성 때문이다.

 인재들이 서울과 수도권 지역으로 몰리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아무리 지역대학들이 구조개혁을 해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지방대학 육성방안으로 5년 동안 1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구조개혁을 전제로 하고 있다. 허리띠 졸라매기를 지방대학에만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평이 쏟아지는 대목이다. 대학 구조개혁의 원인과 전북지역 대학가의 노력, 외국사례를 들어 짚어본다.

 

 ■ 2030년 ‘고졸자수=대학 모집정원’

 

 2013년이 한 달 남짓 남은 11월, 대학가가 막판 학사구조조정으로 들썩이고 있다. 많은 대학이 2015학년도 학사구조조정 확정안을 발표했다. 주로 취업률이 낮거나 학생 충원이 어려운 비인기학과 통폐합, 정원 감축, 실용학문 위주 학과 신설, 학과평가제도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대학구조개혁안에 따라 대학 퇴출 및 정원 감축 드라이브가 더 강해지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대학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교육부가 밝힌 ‘향후 대학 입학자원 전망’을 보면 2013년의 경우 대입 입학자원이 63만 명이었고 대입정원은 55만 명이었다. 8만 명이 많다. 그러나 매년 입학자원이 줄어 오는 2018년이면 입학자원이 55만 명 아래로 내려가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2030년이면 40만 명으로 더 줄어 대학이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이 내놓은 ‘고등교육 충원율 전망’에서도 대학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직능원에 따르면 2030년 고등교육기관의 학령인구는 41만 명이다. 2012년(69만 명)의 59.4% 수준이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는 학령인구 감소가 ‘올해부터 시작됐다’고 내다봤다.

 직능원은 대학이 2030년까지 입학정원을 대폭 줄이고, 외국인 학생과 평생학습자들을 충분히 흡수하더라도 현재 대학 중 20~30%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내 한 대학의 보직교수는 “현재 사립대에서 비인기학과를 유지하기란 사치스러울 정도로 생존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5등급제를 골자로 한 새 대학구조개혁안 지표에 준해 자체적인 학과 평가지표를 만들어 적용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이젠 대학간 경쟁과 함께 대학내 학과간 경쟁까지 벌여야 할 형편이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 전북 대학들 대응노력

 

 전북대(총장 서거석)가 국제학부, 농산업학과 등 특성화학과를 2013학년도 입시부터 신설했다. 신설된 학과는 상과대학에서 영어 강의로 이뤄지는 20명 정원의 ‘국제학부’, 군산-새만금캠퍼스에 들어설 산학융합캠퍼스에 26명 정원의 ‘융합기술공학부’다. 농업생명과학대학에는 3년 이상 농산업 분야에 종사한 재직자를 선발하는 30명 정원(정원내 10명, 정원외 20명)의 ‘농산업학과’도 설치했다. 이외에도 전북대는 학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사 학과 간 통합을 단행했다. 바이오식품공학과를 폐지하는 대신 35명을 선발했던 식품공학과의 정원을 50명으로 증원했다.

 국제학부 신설로 인해 기존 110명을 선발했던 무역학과는 100명을 선발하고, 공대에서는 건축공학과 등 6개 학부 11개 학과에서 26명을 감원했다. 또한, 2013학년도부터 자율전공학부가 공공인재학부로, 환경조경디자인학과가 생태조경디자인학과로 각각 학부·학과 명칭을 변경했다. 특성화 학과를 개설하고, 유사 학과 간 통합을 통해 대학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원광대(총장 정세현)는 더 큰 수술을 결행했다. 지난해 14개 학부(과)를 폐지한 데 이어 특수대학원 설치학과 중 14개 학과 폐지와 석사과정 정원 30명 감축, 2개 특수대학원 통합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문학적 소양 강화, 의·생명, 중국문제, 그린에너지 등 대학의 4대 특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원광대는 자율책임경영제를 도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원광대 본부 관계자는 “학장공모제를 실시해 학과 평가체제를 구축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 및 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등 제반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칼바람에 맞서는 생존전략을 수립, 추진중에 있다.”고 말했다. 

 

 ■ 미국·일본 대학 극복사례

 

 미국 대학들은 1980년대 중반에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학생 확보와 유지(student recruitment and retention)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당시 논의됐던 여러 방안은 ‘학생자원의 확보와 유지’를 대학경영과 연계시키는 ‘등록경영 시스템(enrollment management system)’ 도입과 ‘학과(전공) 개설 및 폐지 유연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대학 마케팅, 입학정책, 학업중단 예방 프로그램, 학자금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것이다. 또, 융합학문을 비롯해 학문 변화 추이, 인력수요 변화 등을 반영한 학과의 신설·폐지가 유연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일본도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07년에 대학 입학정원과 학령인구가 67만4,000명으로 일치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992년 205만 명이었던 학령인구는 2008년 124만 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전체 대학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소규모 사립대를 중심으로 입학정원 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가장 먼저 사립대가 휘청댔다. 일본 사립대는 국내 사립대처럼 등록금 의존율이 높고 족벌경영이 고착된 구조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강제적인 대학구조조정 대신 각 대학의 자기점검평가와 제3기관의 대학평가 인증제도에 기반을 둔 온건한 대학정책을 20년째 펼쳐오고 있다. 5년 단위의 대학평가인증 결과를 기반으로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펼치는 등 대학평가를 정부 정책에 연결하는 경향은 강화됐지만 ‘대학퇴출이 해법은 아니다’라는 게 일본 정부의 시각이다.

 한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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