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아이들이 원하는 느낌
135. 아이들이 원하는 느낌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3.11.19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실로 좀 와주세요. 아이가 반말을 하며 대들어요.” H선생님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긴박한 느낌을 받았다. 서둘러 교실에 가보았다. 교실에 들어선 순간 상황들을 대충 알 것 같았다. 아이는 여전히 씩씩거리고 있었고 상기된 표정의 H선생님은 구태여 저 아이라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름을 물었다. “이름이 뭐야?” “J에요.” 아이의 주변 친구들이 끼어들어 한목소리로 말해 주었다. J는 경직된 몸을 한 채 선생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야기 좀 할까?” 내가 아이의 손을 잡으려하자, 뿌리쳤다. “싫어요. 또 뭐라 하려고 하잖아요.” “싫어.”라고만 말하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J야, 우리 밖에 나가서 이야기 할까?” 최대한 따뜻하게 제안을 했다. 그러나 아이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싫어요. 여기서 해요.” “….” 아이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기다려주었다. “J야, 괜찮아. 나가. 널 혼내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그때 멀리서 같은 반 다른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서야 아이는 밖으로 나갔다.

  “여기서 말해요.” 아이는 교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불안해하고 있었다. 누구에게 인지는 모르지만 억압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의 아픔이 느껴졌다. “괜찮아. 여긴 추우니까 따뜻한 곳으로 가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봐.” 아이의 어깨를 감싸며 옆에 있는 상담실로 이끌었다. 고분고분 따라왔다.

  “왜 선생님에게 반말을 하며 대들었어? 속상했어?” “네.” “말해줘.” “제 이름을 칠판에 적었는데…, 말을 잘 들으면 지워 준다고 했는데…, 그래서 말을 잘 듣고 있었는데…, 그래도 안 지워주잖아요” 더듬거렸지만 할 말은 다 했다. “그랬구나. 잘하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알아주지 않아서 속상했겠네.” “네.” “그래서 반말을 하며 대들었어?” “그건 제가 잘못했어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이도 멋쩍어했다. “잘못했다는 것은 알아? 무엇이 잘못인데?” “어른한테 반말한 거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죄송하다고 사과할게요.” “와. 감동이다. 정말 그렇게 해 주겠어?” “네.” “어서 가서 사과드리자.“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상담실을 나왔다. 아이를 교실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H선생님이 찾아왔다. “아까 일은 죄송했어요.” “괜찮습니다. 언제든지 연락을 주세요.” “아니에요. 그런 일이 없어야지요.” “J가 칠판에 적힌 이름 때문에 속상해 하던데요.” “이미 지웠답니다. 죄송해요.” 선생님은 진심으로 사과를 해왔다.

  선생님과 제자,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야 할까? 수직적인 관계는 아니다. 과거에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너는 배워야 하는 학생, 나는 가르치는 교사, 내가 옳으니 넌 내 말에 따라야 해.’ 이러한 사고는 아이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아이를 누르고 제지할수록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아이를 바라기 보다는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주어야 할까?’를, ‘어떻게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주며, 존중해 줄까?’를 고민해야 한다. 선생님의 이러한 마음이 진정성 있게 전해지기만 해도 효과는 나타난다. 아이들이 ‘느낌 아니까~’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선생님이 아이보다 더욱 노력해야 한다. 어른이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