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법 논란, 게임은 과연 중독물질인가?
게임 중독법 논란, 게임은 과연 중독물질인가?
  • 김형준
  • 승인 2013.11.13 17: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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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권위의 의학 잡지인 ‘미국정신의학회지’ 2008년 3월호 칼럼에서 미국 오리건 대학의 제랄드 블룩 박사는 게임 중독(사이버중독, 미디어중독, 인터넷 중독 등)을 정신질환의 하나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한국의 자료를 인용하여 발표하였는데 한국의 게임 중독에 대한 현황과 국가적 예방 사업 등을 아주 자세히 소개하였다. 서구사회보다 앞선 IT 강국으로서 한국의 인터넷 문화와 그것에 대한 사회적 대처 및 치료 사업 등이 선진국 미국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사례로 인용된 것을 보고 신기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론 한국의 인터넷 중독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되어 씁쓸함을 느끼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요즘 ‘게임 중독법’에 대한 논란으로 인터넷이 뜨겁다. 이 법안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져 벌써 24만명이 넘은 서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반대로 학부모, 청소년단체 등을 중심으로 찬성 서명운동으로 맞불작전을 펴야 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원래 ‘게임 중독법’의 정식명칭은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알콜, 마약, 도박, 인터넷 게임을 4대 중독유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위해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예방, 치료, 연구 활동 등을 한다는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와 일부 학계에서 “게임을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분류하는 것에 반대하며 그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고 게임이 중독질환이라는 객관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평등, 명확성, 과잉금지 원칙 위반 등의 이유로 게임이 마약, 도박, 알코올과 함께 중독물로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중독예방법이 결국 게임규제법일 될 것이며 현재 각종 규제와 불황으로 침체에 빠진 게임 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줘 국내 게임시장이 붕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떻게 게임을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로 볼 수 있는냐!고 반문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면 게임은 과연 중독질환을 일으킬 수 있을까? 중독을 연구하는 정신의학자들은 인터넷게임 중독을 하나의 정신질환으로 인정하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우리사회가 인터넷게임중독으로 고통받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독 경로나, 주로 나타나는 나이와 성별, 신체ㆍ심리적 문제 등은 중독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복지서비스와 상담치료ㆍ정신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정신건강과 발달의 문제라는 것은 그것이 인터넷중독이든 약물중독이든 핵심적으로 다르지 않다. 중독된 아이들은 모두 일상생활기능의 저하가 심해지고, 스스로 조절 능력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치료의 필요성을 당사자가 느끼기 어렵다. 실제 최근의 수십 편의 뇌영상 연구에서 게임 중독에서도 물질 중독과 동일한 병리기전과 뇌 특수 부위의 중독성 변화가 보고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측의 주장에 따르면 게임중독이 4대 중독의 하나로 이 법에 포함됐다 해서, 대다수 건전이용자가 영향받을 일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예컨대, 통계를 분석하면 게임중독은 잠재적 위험군 183만명, 중독고위험군 47만 명, 중증 중독군 5만 명(고위험군의 10% 추정) 등으로 추산해볼 수 있는데 이들 중 대다수인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사실 이 법과 별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 5만~47만 명은 스스로 게임사용을 조절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이 법은 이들에게 효과적인 치료적 개입서비스가 제공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중독예방 및 치료를 위한 법’을 ‘규제를 위한 법처럼 이해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고 보인다. 마약이나 대마, 도박의 경우 그 위험성과 위해성이 커 마약, 도박을 규제하고 취급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형사법이 따로 있듯이 게임을 마약과 같은 위해 물질로 분류한다면 그런 법을 만들 것이지만 이번 중독법은 단순히 국민보건법과 같은 취지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광고규제나 환경개선 조항을 좀 더 많은 관련 업계와 단체의 의견을 종합하여 수정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중독을 관리하기 위한 이번 법안의 필요성은 분명하며 합리적인 토론과 합의를 통해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형준<신세계병원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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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 2013-11-13 22:11:15
누가 이딴 글을 쓰나 했더니, 역시나 정신과전문의. 팔은 안으로 굽는건가? ㅋㅋㅋㅋㅋ 쩌는구만. 밥그릇 챙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