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게 강요되었던 공부 재능
우리 모두에게 강요되었던 공부 재능
  • 정진숙
  • 승인 2013.11.12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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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행사 중 제법 굵직한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 이제 끝났다.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일이기도 하고, 우리 막내가 수험생이기도 하여 나도 관심이 많았다.

수능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딸을 보면서 나도 함께 불안하고 힘들었지만, 또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는 시간이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어느 부모라도 가질 마음일 터다.

덕분에 수능시험이 끝난 지금도 우리 수험생들은 맘 편히 쉬지 못하고 있을 것 같다.

게임중독증을 두고 청소년들이 이야기한 말이 귓가에 남았다.

아이들 생각에 공부는 끝도 없고 수년을 해도 티도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게임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레벨이 올라가고 높은 레벨이면 인정을 받으니 공부에서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 게임은 실패에 관대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번 판에 죽어도 게임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본인 자신을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 여기지도 못하고 실패를 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휩쓸려 지낸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게임의 장점이었다. 게임의 장점을 반대로 생각하면 현실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없고 아이들이 자신을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지낸다는 것이 된다.

수능 시즌이 다가오면 한 번씩 들려오는 가슴 아픈 뉴스와 아이들의 이러한 현실인식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면 사람들은 그 부분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잘하지 못하거나 요리하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요리에 재능이 없으니 만들어진 음식을 사 먹거나 외식의 빈도를 높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100미터 달리기를 18초에 주파할 수 없듯이 공부도 누구나 잘할 수는 없다. 공부도 일종의 재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는 다른 것들과는 달리 재능이 없거나 못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열심히 공부를 하고 학원에 다니면 성적이 올라야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건 노력하지 않은 것이 되고 게으른 것이 되어 버린다.

이상하게 공부에 있어서만은 사람들은 재능의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고교를 졸업하고서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친구의 아들이 있다.

입시를 치르기는 했으나 학과공부로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 인정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그 아이는 지금 주변 사람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주 열심히 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으로 대표되는 대입 시험공부는 그리도 싫어하고 잘하지 못하던 아이가 자신이 선택한 직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잘 하는 것이다.

대학을 가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도 없고 스스로에게도 당당하다.

자신이 선택한 일에서 충분한 성취감을 얻고 그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니 성격도 밝아지고 좋아졌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수능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아이들에게 수능을 무사히 치러냈다는 성취감이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좌절하는 아이들이 더 많을 것이 현실인 것을 안다. 어떤 위로도 들리지 않을 아이들에게 그래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아프지도 말고 좌절하지도 말고 사회가 줄 수 없는 행복을 이제는 스스로 찾아보는 건 어떤지 응원도 해 주고 싶다.

수능은 끝났지만 이제 남은 진짜 입시 과정에서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가치를 자신이 직접 정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위해 노력할 사람은 기성세대인 어른들이지만 아이들 자신도 함께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될 다시 오지 않을 찬란한 시기의 행복이 대학의 이름으로 결정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진숙<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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