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있으면 행복할까?
돈만 있으면 행복할까?
  • 김복현
  • 승인 2013.11.10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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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에도 어김없이 오색찬란한 단풍과 함께 가을의 정취가 절정에 달하고 있으며 아침저녁으로는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겨울이 머지않았음을 재촉하고 있다.

모처럼 낙엽이 흩날리는 길을 걷다 보니 행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더욱이 맑고 파란 가을 하늘과 자연을 마주하는 길이다 보니 돌연 철학자가 된 것처럼 온갖 상상이 떠오른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가을의 진한 국화향기에 취해보면서 삶이란 무엇일까? 또 한해가 저물어가는구나 하는 느낌 속에 행복한 삶이란 어떻게 사는 것일까? 그리고 나만의 행복이 아닌 가족의 행복은 무엇일까? 우리 주변을 보면 학생과 교사는 학교에서, 근로자들은 일터에서, 군경은 맡은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행복을 찾고 있다. 그래서 늘 행복을 꿈꾸며 살아온 일상이기에 누구나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행복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다. 간혹 천신만고 끝에 바라던 꿈이 이루어졌을 때는 확실히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행복은 흔히 말하는 부귀영화, 건강, 권력자가 되는 것,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부귀영화, 건강, 권력, 부자가 되는 것, 중 어느 것 하나 항상 치열한 경쟁과 꾸준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행복추구는 포기할 수 없는 삶의 핵심이요, 기본권이기에 노력을 한다. 문제는 무엇이 참된 행복이며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오늘날 행복의 기본은 돈이라고 말한다.

물질문명과 소비생활에 따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돈이 행복과 연계 되어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참된 삶의 질은 삶의 뿌리와 내면, 인간 심성의 속살에서 결정된다. 진리를 기뻐하는 정신,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열정, 거룩함을 닮고자 하는 의지가 바로 행복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당장 다가오는 것들은 물질문명과 관련이 있는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돈만 있으면 행복할까? 돈은 언제나 따뜻한 것 같으면서도 차가운 것이라고 한다. 원래 돈의 속성은 그 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돈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치 칼은 같은 칼이라도 의사가 사용하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도구가 되지만 강도가 사용하면 흉기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평생 모은 돈을 기부하는 외로운 할머니의 돈은 매우 따뜻하고 아름답다.

채소장사를 하는 한 아주머니가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하여 쓰러지면서 가방에서 돈뭉치가 쏟아져 바람에 날리자 근처 지나가는 사람들이 쓰러진 아주머니는 안중에 없고 오직 돈 줍기에 정신이 모두 팔린다. 결국, 시간이 많이 지나 그 아주머니는 죽고 만다. 이런 돈은 비정하고 차가운 돈이라고 해야 할까? 얼마 전에 부모가 죽어 친분 있는 분들이 조문하고 성의껏 조의금을 내고 돌아간 이후 장례의식이 끝나기 전에 조의금만 챙겨 달아나는 불효자식 사건이 있었다. 돈이 얼마나 비정한가를 던져주는 돈에 얽힌 슬픈 사연이다.

돈은 그저 모으고 과시하는 물건이나 도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한다. 이유는 돈은 사람이 만들고 그 돈에 따뜻한 체온을 불어 넣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돈의 속성은 부귀영화를 위해 벌 때까지는 즐겁다고 말하기보다는 괴로운 존재이며 그 돈을 얻고 나면 지키느라고 괴롭다. 후에 잃으면 또한 더욱 괴롭다. 그런데 그 돈을 얻으려고 사람들은 갈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 가운데 10억과 1년 감옥생활을 바꿀 수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춘인데 구만리 너머에 어떤 세상이 기다리는지 알지 못하면서 눈앞의 10억에 손을 내밀겠다고 하니 기가 막힌 현실이다. 돈이 무엇이기에 10억이 생긴다면 1년 정도 감옥에 들어가도 괜찮다는 것인지? 물론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사회에서 매일 보고 듣는 것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고민도 해보지 않고 청년의 1년보다 10억원에 손을 내밀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물질문명의 편리함에 비중이 더 실려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오늘의 세상은 물질 만능주의 세상이기에 돈을 잘 사용하면 매우 아름답지만 잘못 사용하면 추하기 그지없다. 부정으로 불법으로 돈을 벌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일부 사회 지도층들을 볼 때마다 심히 가슴이 아프다.

진정한 행복은 어떤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여 그 목표가 성취되었을 때 그리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볼 때야말로 절로 행복이 찾아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입동을 맞이하여 아름다운 가치를 꿈꾸는 삶이 되기를 바라면서…

김복현<익산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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