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너지와 지역의 미래
로컬에너지와 지역의 미래
  • 임정엽
  • 승인 2013.11.08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세기는 위기와 불안의 시대다. 석유정점(Peak Oil)과 후쿠시마 원전폭발로 상징되는 에너지 위기와 급격한 환경파괴 및 기후변화, 이 두 가지 위험에 따른 세계적 식량위기, 세계 경제의 침체 등등.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들이 만들어낼 미래의 변화에 대한 대응은 무엇이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로컬(Local)’, 즉 지역에 있다.

세계적 미래학자들이 운영하는 미국 미래연구소와 미래 기술을 전망하는 테크캐스트는 현재 세계 산업을 주도하는 정보기술(IT)산업이 15년 내로 위축되고, 향후 20~30년간 환경과 에너지 산업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측한다.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재생 가능에너지와 기후변화에 관한 특별보고서도 신재생 에너지가 2050년까지 세계에너지 공급량의 최대 77%까지 차지하는 등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대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미래의 총아인 신재생에너지는 지역의 자연자원을 활용하는 에너지라는 특성 때문에 본질적으로 로컬 에너지(Local Energy)일 수밖에 없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그간 태양광, 풍력에 관심과 투자가 집중됐지만 바이오매스 에너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그러나 난방 연료분야에서 목재 및 농축산 부산물을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바이오매스가 전체 신재생에너지 중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중앙정부 역시 신재생에너지 중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공급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31.4%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0년까지 연 8조4천억원의 경제효과 역시 시선을 끈다.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로컬에너지로 세계적 명성을 높이는 오스트리아 귀씽(Gussing)의 실증적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구 2만7천명에 불과한 마을인 귀씽은 27개의 소규모 분산형 발전시설을 비롯해 40여개의 재생 가능에너지 시설, 50여 개 에너지 관련 연구소 및 기업을 유치해 1천여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자연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분산형 발전소만으로 지역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급하고 있다. 나아가 남는 에너지를 팔아 연간 1천400만 유로의 수익을 내고 있다.

완주군이 그동안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로컬푸드(Local)가 식량위기에 대한 대응이었다면 향후 경제변동과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은 바로 ‘로컬 에너지(Local Energy)’다. 귀씽을 모델로 삼는 완주군은 풍부한 지역의 자연에너지 자원인 ‘태양’과 ‘산림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에너지 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완주군은 1kW급 태양광 발전에 대한 태양광설치 보조사업(기존 3kW급 이상) 및 10㎡급 태양열 온수기 등 ‘마이크로 태양광(열) 보조사업’을 농촌지역 최초로 시작했다.

또한, 산림바이오매스타운의 본격적인 조성 사업에 앞서 지난 10월 15~16일, 독일의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을 초빙해 ‘한·독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 기술정책 포럼’을 여는 등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 기반구축사업을 본격화했다.

이 사업은 ▲자원·기술, 에너지 공급의 3차원에서 지역의 산림자원을 수집·가공·생산·유통할 수 있는 지역 에너지자원 활용기반(Local Energy Resource) ▲산림자원을 에너지로 이용하는 데 필요한 기업·연구소·교육기관을 유치해 기술력을 지역화하는 사업(Local Technology) ▲협동조합을 통한 군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중소규모 분산형 열병합발전(공급)시설(Local Energy Plant) 등 삼각 축으로 진행된다.

에너지 위기에 대한 각국의 대응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의 투자는 위기 속에 다가온 기회다.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미래는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로컬에너지 기반을 앞서 마련한 지역은 에너지 위기와 산업 변동에 대한 높은 대응력과 복원력은 물론,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는 저력을 갖게 될 것이다.

지역의 미래는 로컬에너지에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과 노력은 비단 완주에만 주어진 과제가 아닌 복합적인 위기에 놓인 모든 지역에 요청되는 과제다.

완주군의 로컬푸드 사례는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모델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로컬에너지를 향한 도전은 완주군을 넘어 인근 전주시와 전북도를 포함한 또 하나의 전국적 모범을 만들고자 하는 도전이다.

지역의 미래를 준비하려 한다면 식량과 에너지 분야의 ‘로컬(Local)’에 주목하길 바란다.

임정엽<완주군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