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 가치가 반영된 결정인가: 일본도레이사 유치를 보며
정책적 가치가 반영된 결정인가: 일본도레이사 유치를 보며
  • 송재복
  • 승인 2013.11.05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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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북도가 새만금에 세계 1위 일본 탄소기업 도레이사를 유치했다. 하지만, 도레이사 유치에 대한 입장이 지역차원에서 매우 분분하다. 이제 막 탄소섬유개발로 국내 유일의 탄소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전주 탄소산업의 발전을 막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다. 전주시 의회는 전북도의 일본 도레이 유치에 대해 유감의 성명을 발표했다. 탄소섬유를 개발하고 주)효성 등 국내 굴지의 기업을 유치하고, 인도 등 해외 시장개척에 힘쓰고 있는데 대규모 다국적 일본기업을 끌어들여서 경쟁하게 하는 것은 전주탄소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반면에 전북도는 새만금 산업단지 내에 탄소 최고의 일본기업을 유치한 것은 일자리창출과 생산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일부의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전북도와 전주시간의 대립적인 양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보고 나름대로 논평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도레이사를 둘러싼 이 같은 자치단체간의 입장 차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정치경제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일본 도레이사의 유치는 전북도와 회사간 정치경제적 이해의 일치로 이루어진 것이다. 전북도는 일자리창출과 기업유치라는 점을 관철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총 투자액 3,000억 중 860억 원을 투자하고 앞으로 100년간 무상으로 토지를 임대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또 전북도는 기업유치를 했다는 성과로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는 정치적인 의미를 둘 수 있고, 기업은 아주 값싼 토지를 정치세력과의 협상을 통하여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나온 종속이론적 시각에서 보면, 세계 1위의 탄소기업이 전북도에 들어옴으로써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탄소산업 기술의 후퇴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술종속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 대자본을 가진 발전한 기술은 기술사용료(royalty)는 물론이고 값비싼 선진국의 부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통하여 후진지역의 기술발전을 저해하고 이익을 착취하여 결국 후진지역의 기술수준을 침체시키고 낙후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탄소분야는 아니지만, 세계 제1일의 탄소기업인 일본 도레이사가 탄소분야에 투자하거나 이미 투자된 경북 구미시의 탄소제품을 활용할 경우 전주와 완주의 탄소산업은 매우 저해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점은, 왜 일본도레이사가 새만금에 투자결정을 했겠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도레이사는 경북 구미시에 이미 탄소분야로 투자를 했다. 또 l990년대 후반 우리나라 탄소기업이 탄소섬유개발을 하고자 할 때 이를 견제하고 덤핑하여 우리의 탄소산업육성을 가로막았다. 그러한 일본 도레이사가 구미시에 투자하고 새만금에 투자결정을 한 것은 전주시가 전국 최초로 탄소제품을 생산하고 국내 탄소 기업들이 성장하여 일본 도레이사의 영역을 침해할 것에 대한 반격 차원에서 하려는 의도가 있는지 정말로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더욱이 새만금단지에 100년간의 무상임대가 이루어지는 조건의 투자이기 때문에 전주시 의회가 우려하는 바처럼 도레이사가 탄소부문에 투자할 경우 전주시의 탄소산업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주시의회의 성명서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전주시가 유치한 GS칼텍스사가 들어설 전주 친환경복합단지 3단계 개발사업에 대하여 전북도가 ‘시기상조’라고 지연시키고 있다는 면에서 이에 대한 회의론은 깊어질 수 있다.

기업유치는 지역발전을 위한 전략으로서 좋다. 그러나 국내기술이 육성되는 단계에서 일본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과연 지역에 이득이 될 것인지는 깊이 있고 종합적인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정책이 많은 정보와 지식, 시간과 비용을 통해서 만들어지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결정권자의 정책적 가치가 작용한다. 올바른 정책적 가치가 결여된 결정은 잘못된 정책, 실패한 정책이 될 수 있다. 기대와 달리 지역발전을 후퇴시킬 예산낭비와 책임성 문제 등을 낳는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결정과정에서는 지역과 주민을 생각하는 정책적 가치가 반영되어야 하며, 단순히 성과위주의 정치적 결정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지역주민의 입장에서는 진실한 정책,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지역의 발전을 가져오는 결정을 바라기 때문이다.

송재복<호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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