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고도(古都) - 익산을 만나는 자리
부활하는 고도(古都) - 익산을 만나는 자리
  • 김보경 기자
  • 승인 2013.11.05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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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람에도 햇볕이 야위어 가는 것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느낀다. 벌써 내년 달력을 두 권이나 받았다. 시월은 정말 볼거리로 풍성한 달이었다. 그 끄트머리에 정말 꼭 보도록 권하고 싶은 볼거리 하나가 얹어졌다. 다른 볼거리들이 대체적으로 보면서 바로 느끼는 것들이었다면 이 볼거리는 보면서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10월 29일부터 국립 전주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도(古都) 익산을 주제로 한 <전북의 역사문물전 -익산-> 전이다. 국립 전주박물관에서는 그동안 전북 문화의 정체성을 밝히는 작업으로 1999년에 시작한 전북의 역사문물전이 올해 열두 번째로 「익산」전을 열고 있는 것이다. 익산은 우리 역사의 여명기(黎明期)라 할 수 있는 고조선과 관련성을 가지면서 삼한, 백제, 후삼국, 고려, 조선에 이르기 까지 우리 역사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4대 고도(古都)가운데 각 시대의 특징들을 익산만큼 다 담고 있는 곳은 없다고 본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익산은 청동기문화의 한 중심축을 이루어 이때부터 문화를 일궈온 땅이며, 역사가 오래된 만큼 그 깊은 혼이 깃 들여 있는 땅이다. 이번에 개최되는 전시는 익산의 찬란했던 지난날들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곳은 여산의 신막유적과 삼기의 서두리 유적을 통하여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유적과 유물들의 실체를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이미 이때부터 사람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웅포리 유적과 신용리 갓점유적을 통하여 신석기시대 당시 이 지역의 자연환경과 식생활에 대한 정보를 한 눈에 보면서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익산 지역의 청동기시대의 생활유적과 유물도 확인 할 수 있는데, 예컨대 여러 가지 형태의 주거지 모습이라든지 청동기시대의 무덤의 형태들, 그리고 여기에서 수습된 비파형동검, 토기, 거울 등도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하여 익산지역이 아주 일찍부터 중국과 바닷길을 통한 교류가 활발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또한 함께 출토된 옥목걸이? 청동거울? 청동단추 등을 통하여 당시 지배세력의 모습도 엿 볼 수 있고,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익산지역에 고조선 왕의 남천을 말하여 주는 것으로 이해되어지고 있다.

특히 왕궁면 평장리에서 나온 중국 전한(前漢)시대의 거울인 전한경(前漢鏡)이 기원전 3세기말~2세기 초에 만들어 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고조선의 준왕이 위만에게 ?겨 남천한 시기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이러한 유물들의 실체는 삼국지위서동이전, 고려사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에 보이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또 한켠으로는 마한시대의 건마국(乾馬國)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여러 유물들, 그리고 백제의 고도로서 찬란한 문화의 보고로서 의 익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입점리 고분출토의 금동제귀걸이, 금동제관모, 금동제꾸미개 등을 통하여 이지역이 백제시대 담로의 한 지역이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미륵사지와 왕궁유적출토 유물들을 통하여 백제의 또 다른 왕도였음을 확인 할 수도 있다. 특히 왕궁리오층석탑출토사리장엄구라든가 제석사지의 출토유물가운데 놓치지 말고 볼 것은 진흙으로 빚은 천부(天部)얼굴모습인데 어쩜 백제인의 얼굴과 머리모양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유물이다. 눈을 지긋이 감고 다문입술은 금방이라도 무엇인가 백제의 이야기를 토해낼 것만 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2009년 1월에 미륵사지 석탑해체시 사리공에서 나온 금동제 사리호를 비롯한 여러 가지의 유물들을 대하는 순간 백제시대로 돌아가서 백제인과 마주대하는 느낌을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또한 익산은 불심 가득한 땅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여러 유물들 그리고 어디 이뿐이랴 익산은 조선시대들어와 수많은 인물을 배출하였는데 소세양, 유계, 이보, 서홍순, 소태산 박중빈 까지 수없이 많은 인물들의 흔적도 한자리에서 엿 볼 수 있다.

지금 익산은 새로운 부활을 위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익산역사지구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순조롭게 진행되어지고 있으며, 익산 고도보존 육성사업도 10개년 사업으로 진행되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든 계획들은 장구한 역사와 그 역사가 품고 있는 문화유산과 그 문화유산 속에 깃들어있는 혼이 어우러져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문화의 향연(饗宴)을 베푸는 것은 박물관의 중요한 기능이다. 이 좋은 계절 - 누구는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 했던가 박물관으로 사색여행을 가족과 함께 가보기를 권한다.

  나종우<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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