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효성, 제2의 도레이가 와야 전북의 산업이 산다
제2의 효성, 제2의 도레이가 와야 전북의 산업이 산다
  • 홍경태
  • 승인 2013.11.0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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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고 강한 새로운 소재의 개발이 인간사회의 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는 인류문명의 발전단계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오늘날은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통신분야가 변혁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가능하게 한 반도체 재료의 이름을 따서 실리콘시대 또는 제2의 석기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어떤 사람들은 20세기에 개발된 합성수지 또는 플라스틱 재료가 더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므로 플라스틱 시대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금속소재의 대표격인 철강은 연간 소비량이 15억ton에 이르고 있으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구조물들은 여전히 철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철기시대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철보다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은 재료를 개발하여 금속을 대체하려는 산업계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며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 바로 수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나 탄소섬유강화복합소재(CFRP)와 같은 신소재의 등장이다.

전북 새만금에 수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PPS(폴리페닐렌설파이드)를 연간 1만7천톤 규모로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화제다. PPS는 주로 자동차 전장부품이나 정밀기기 부품소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전세계 수요는 연간 7만톤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 고분자 신소재이다. PPS는 절연성과 내화학성은 우수하지만 강도가 약하여 구조용 고강도 금속소재를 대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에 탄소섬유강화복합소재(CFRP)는 구조용 고강도 금속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소재이지만 가격이 수십배에 이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주로 항공기나 방위산업, 스포츠용품 등 매우 제한된 분야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금속 대신에 탄소섬유강화복합재를 사용했다는 것은 가격이 아주 비싼 고급제품임을 의미한다.

현재 스포츠 용품에 활용되는 범용 탄소섬유는 중국이, 우주?항공이나 방위산업에 사용되는 고급 탄소섬유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탄소섬유강화복합재를 활용하는 부품산업이 활발하지 못한 탓에 지난해까지 탄소섬유 소비량은 연 2천톤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세계 수요량이 연 4만톤에 이른다는 것과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이는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우리나라도 효성, 태광, 도레이 등 탄소기업들이 연간 1만톤의 탄소섬유를 생산할 예정으로 매출규모는 약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수요가 지금과 같은 수준에 머문다면 생산된 탄소섬유는 대부분 수출에 의존해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가격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만약 국내에서 생산되는 탄소섬유를 국내기업들이 전량 활용한다면 소재에서 부품, 완제품에 이르는 밸류체인상의 부가가치는 연간 3조원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들 기업의 대부분이 전문 중소?중견기업들이기 때문에 1만명 이상의 신규 고용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우수한 품질의 탄소섬유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이를 활용하는 다양한 전문기업을 육성하여 앞으로 전개될 세계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소재기업의 집적화이다. 먼저 소재기업이 집적화되어야만 이를 활용하는 부품기업이 모이고 자동차나 CNG 탱크와 같은 최종제품 생산기업에 이르는 밸류체인상의 부가가치 극대화가 가능한 것이다.

탄소든 PPS든 소재기업은 집적화되어야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자동차·조선·풍력같은 전방산업의 동반성장을 가져올 수가 있다. 지금 전북은 제2의 효성, 제2의 도레이 같은 소재기업을 유치하고 소재를 활용하는 부품기업과 부품을 조립하는 완성품 기업을 동시에 유치하여 전체를 클러스터화 하는 일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홍경태<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복합소재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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