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갯벌이 몸살을 앓고 있다
  • 김수미
  • 승인 2013.10.31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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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7월 1일 주 5일 근무제의 전면 시행과 핵가족화 되어 있는 가족의 형태는 우리에게 다양한 문화와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주말이면 인근의 생태체험 시설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변산반도국립공원도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다양한 생물을 만날 수 있고, 평소에 자주 찾을 수 없는 갯벌은 인기가 만점인 것입니다.

주말이면 하섬 앞바다를 비롯한 고사포, 격포 갯벌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그런데 과연 사람들은 갯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갯벌로 향하는 것일까에 대해 의문입니다.

지금의 탐방객들은 무분별한 조개캐기가 갯벌 체험의 다 인양 양손 가득 조개를 들고 득의양양 갯벌을 돌아다니고, 또한 불법주·정차와 길게 꼬리를 문 차량 행렬은 차량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명한 갯벌 체험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의 서해 갯벌은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의 동부해안, 북해연안, 아마존 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의 5대 갯벌로 꼽힐 정도로 생산력과 바다생물들의 서식 장소로 중요한 곳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서해와 남해를 합쳐 약 2,393㎢의 갯벌이 있습니다. 이렇게 넓은 갯벌의 기능을 살펴보면 수질정화기능과 경제적 기능, 생태적 기능으로 생태계의 연결고리,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이며 문화적 기능, 생태교육, 생태관광, 수리적 기능, 기후조절 기능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갯벌은 해양생물의 약 60%가 산란 또는 서식을 하며, 어업생산성의 약 90%가 직·간접적으로 갯벌에 의존합니다.

또한 갯벌 1,000평방미터에 있는 미생물이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능력은 도시 하수 처리장 1개의 처리능력과 비슷하고, 500마리의 갯지렁이는 하루에 한 사람이 배출하는 2kg의 배설물량을 정화시키니 오염물질 처리 능력도 탁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능력이 뛰어난 갯벌에는 게, 조개, 망둥이 뿐만 아니라 식물도 살고 새도 삽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하섬 인근에서 지난 2012년에 멸종위기생물종 Ⅰ급인 노랑부리백로가 최초로 발견되었고 올해에도 3개체나 변산반도국립공원을 찾아주었습니다.

이처럼 순기능과 다양한 생물종을 가진 하섬 갯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지난 8월 휴일에 다녀간 탐방객 수 평균은 12,725명입니다.

그 중 격포 해변을 찾은 탐방객은 하루 최대 5,500명을 넘은 날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갯벌로 들어가서 갯벌의 생명이 숨쉬기 위해 파 놓은 무수한 구멍을 밟아서 무너뜨리고, 또한 조개를 잡겠다며 여기저기 파헤쳐 생물들의 서식처를 파괴합니다.

조용하게 먹이섭취를 해야 하는 많은 새가 사람들에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발길을 돌립니다. 그럴 뿐만 아닙니다.

여기저기 쓰레기가 가득 쌓이고, 먹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바다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매캐한 연기를 내뿜으며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 행렬은 불법 주·정차로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고, 수려한 자연 경관을 헤치고 있습니다.

갯벌을 지킨 선진국의 사례를 잠깐 살펴보면 독일은 1976년 북해 연안 바닷가 전체를 람사 사이트에 등록하고, 1986년부터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엄격한 관리를 해 오고 있습니다.

6,000㎢에 이르는 갯벌과 습지를 모두 자연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 개발은 물론 사람의 발길조차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니더작센 주에 속한 바텐메르 국립공원의 경우 인간은 자연의 손님으로 여겨 사람은 통행이 허락된 일전한 길을 벗어나면 안 되고 식물을 캐거나 동물을 잡는 것도 금지되며 정해진 지역 이외에서는 사진이나 영화 촬영도 금지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로 독일의 갯벌은 유네스코에 의해 1993년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미국은 갯벌을 파괴할 경우 그 2배에 이르는 대체 습지를 만들게 하고 있으며 샌디에이고 미션 비치(간척으로 인한 관광 휴양지)는 40년 전으로 복구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네덜란드는 육지가 바다보다 낮은 지형적 영향으로 간척 사업이 꼭 필요한 곳이지만 오히려 둑을 헐어 갯벌을 복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현명한 갯벌 체험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세계 5대 갯벌에 속하는 서해 갯벌을 훼손 없이 물려 줄 수 있을 것인지를 변산반도국립공원 갯벌을 찾는 가족들에게 묻습니다.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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