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봉사의 덫에 걸린 사회복지공무원들
희생·봉사의 덫에 걸린 사회복지공무원들
  • 최낙관
  • 승인 2013.10.23 15:5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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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사들의 ‘복지’는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 올해 초 사회복지 최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업무과중과 스트레스로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했던 자살도미노는 현장 사회복지사들의 힘겨운 삶에 ‘반짝’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회원들은 지난 6월부터 숨진 동료들을 추모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이후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전쟁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회복지사들의 일상은 ‘희생과 봉사’라는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채 아프다는 비명 한번 내지 못하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아픔이 민간과 공공을 포함하는 모든 사회복지사들의 운명으로 치부되는 현실과 상황논리에 있다.

그렇다면, 복지행정의 현장에서 사회복지공무원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소진과 무력감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예측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 즉 역할수행과 관련된 개인적 능력의 한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심리적 억압과 한계상황을 강요하는 구조적 문제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복지공무원들을 전문가로 인정하고 나아가 그들이 그에 상응하는 학력과 전문지식 그리고 가치관 등 공정하고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선발된 공직자라는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작금의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보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하고 그 책임 또한 개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더욱이 우리 한국사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회복지의 폭발적인 ‘압축성장’은 양적 측면의 복지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이바지했을지 모르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물음표를 달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사회복지전달체계의 최일선을 책임지는 사회복지공무원의 인력충원이 미미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복지업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사회복지공무원들이 감내해야 할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2012년 11월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복지인력 실태 및 증원규모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복지대상자는 157.6% 그리고 각 지자체의 복지재정은 71.8%가 증가했지만 사회복지공무원은 같은 기간 4.4%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현재 사회복지공무원 1인이 평균 500여명의 대상자에게 각기 다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하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무와 관련된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소진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은 국제비교 속에서 더욱더 왜소하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작년기준으로 한국의 사회복지공무원 수는 1만 496명으로 인구 1,000명당 0.22명에 해당한다. OECD 국가들이 2004년 기준으로 사회복지공무원 수가 인구 1,000명당 평균 12.24명, 즉 우리나라의 약 60배에 해당하고 덴마크는 인구 1,000명당 57.51명, 스웨덴은 38.73명이고 일본도 우리보다 약 10배 많은 2.04명에 달한다. 알기 쉽게 표현하면, 한국은 인구수를 기준으로 사회복지공무원 1명이 대략 주민 5,000명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복지행정의 악순환 구조를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이미 이전정부인 이명박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회복지사들의 격무를 줄여주기 위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총 7,000명에 대한 충원계획을 세웠지만, 그 실효성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고 현 박근혜 정부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13일 감사원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사회복지 수요의 증가를 반영한 사회복지 인력의 적정규모’ 결과에 나타난 성적표는 거의 F학점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감사원은 2012년 말 기준으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6,930명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했기 때문이며 나아가 그 결과가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기인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근본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별급여 도입, 사회서비스의 바우처 확대, 차등적 기초연금 도입, 무상보육 확대 등 굵직한 복지정책들의 시행이 목전에 있어 일선 사회복지공무원의 충원이 시급한 상황에 있지만, 안정행정부의 총액인건비에 묶여 있는 지자체가 이를 과감하게 실행에 옮길지는 불투명한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은 전라북도의 경우에도 공히 적용된다. 복지부의 시·도-시·군·구 복지 인력 확충 현황 점검 결과 전라북도는 정원 대비 복지인력(신규 및 행정 인력 전환) 충원율이 50% 이하인 C등급에 익산, 정읍, 남원, 임실, 고창이 포함되어 있다. 그 결과 패널티로 소속 공무원들이 정부 포상에서 배제되고 나아가 복지서비스 바우처 예산 삭감 등 제재가 동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반발과 파문이 일고 있다. 사회복지공무원의 충원과 배치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자립도와 인구대비 사회복지대상자가 전국 최고 수준인 우리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사회복지공무원들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강요상황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는 희생과 봉사는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 반문해 본다. 충남 아산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사회복지 공무원을 대상으로 심리치유 프로그램 “두리공감”을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에 답답함을 느끼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이 과연 최선의 대안인지 묻고 싶을 뿐이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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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2013-10-27 16:05:23
이러면서 최소한 현재 뽑는 인원에서 2배정도만 늘려도 일자리 창출 효과와 복지서비스의 질 면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잡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김민수 2013-10-27 16:04:52
이러면서 최소한 현재 뽑는 인원에서 2배정도만 늘려도 일자리 창출 효과와 복지서비스의 질 면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잡을 수 있을 거 같은데...
ㅎㅎ 2013-10-24 21:00:27
사회복지공무원. 참 불쌍하다. 복지체계 최하 말단 일꾼들.
ㅎㅎ 2013-10-24 21:00:25
사회복지공무원. 참 불쌍하다. 복지체계 최하 말단 일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