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관람 100배 즐기기
미술관 관람 100배 즐기기
  • 이흥재
  • 승인 2013.10.22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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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흔히 미술 감상에 대해 어렵고 딱딱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술이란 전문가들이나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만 염두에 두고 실천해보면 누구나 작품을 훨씬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나아가 미술관 관람이 어렵기보다는 유익한 시간이 될 거라 확신한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는 우리가 자연을 대하듯 예술작품을 편안하게 대하며 감상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감상할 때 열린 마음으로 바라본다. 경직된 의식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자연에서 휴식을 취할 때 우리가 자연과학자일 필요가 없는 것처럼 미술을, 나아가 예술을 감상할 때 역시 우리가 꼭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아이들과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창의성에 감탄할 때가 잦다. 아이들이 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서 그런 독창적인 시선을 가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나의 눈을 통한 느낌에 집중해보자. 작품에 대한 공부는 지금부터 궁금해진 것을 위주로 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미술관에 가기 전에 목적을 정해보는 것이다. 보통 미술관이나 전시에 대해 알아보지 않고 무심코 들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잘 알려진 파리 루브르박물관이나 오르세미술관과 같이 규모가 큰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일주일 동안 보아도 전부를 볼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럴 때 사전에 전시에 대해 파악을 한 뒤 목적을 정하고 찾아가면 좋다. 전시에 가서 해당 시대를 파악하고 관람을 할 것인지, 작가의 생애와 배경에 대해 알고 관람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작품만을 순수하게 관람할 것인지 방향을 잡아보는 것이다. 테마를 가지고 전시를 관람하면 작품을 감상하는 데 훨씬 수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음에 드는 특정 작품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로 천천히 보는 방법도 있다.

 미술을 감상하는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이런 집중적인 작품 감상은 제한된 시간을 의미 있게 쓰는 방법이다. 사실 전시장에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아야 할 필요는 없다. 빈센트 반 고흐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를 온종일 보고도 모자라 밤새 볼 수 있게만 해주면 자기 수명의 10년을 빼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 마음에 드는 작품과 사랑에 빠져보는 것. 이는 낭만적인 소설에만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특정 미술관에 다녀왔음을 알리기보다 어느 작품에서 받은 감동에 대해 피력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인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미술관 안팎의 휴식공간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전시장에 가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사람들 중에는 체력적으로 힘겨워서인 경우도 있다. 전시를 보는 동안 우리는 시지각 활동만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소모가 상당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럴 때 차 한 잔의 여유는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전시를 보고 나서 혹은 보는 동안 전시장 내에 구비된 벤치에 앉아 작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어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이런 자투리 시간으로 하여금 체력보충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 볼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단, 미술관이나 박물관 내의 음식물 반입은 원칙적으로 금지인 경우가 많으니 휴식을 취할 공간과 시간을 미리 조정해보는 것도 우리가 미술관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일 것이다.

 그동안 반복되는 관람형식으로 지쳤다면 이처럼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우리 일상에 힘을 불어넣는 활력소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어디에서든 내게 흥미를 주는 미술이 곧 감상의 출발점이다. 미술 감상을 통해 정신적 풍요를 누릴 권리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가볍게 떠나 즐겁게 돌아오자.

 이흥재<전북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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